12월 중순으로 들어서면서 주고받는 메일 끝 문장이 연말연시와 새해 인사로 바뀌고 있다. 벌써 한 해가 저물어 간다는 아쉬움이 드는 시기이다. 일본에서는 12월 초부터 지인들에게 보내기 위한 연말 엽서(年末はがき)를 준비한다. 한국에서는 엽서보다 연하장을 주로 이용하지만, 일본에서는 연하장보다는 엽서가 일반적이다. 일본에서 연하장보다 엽서를 더 많이 사용하는 이유는 연말에 엽서를 보내는 관습이 먼저 생겼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새해가 되면 부모, 친척 혹은 지난해 신세 진 분들을 찾아다니며 인사를 하는 풍습이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설날과 같은 풍습이다. 어른들은 찾아온 손님에게 새해 용돈으로 오토시다마(お年玉)를 주는데 이것 또한 우리나라 세뱃돈과 같은 것이다. 하지만 인사를 해야 할 사람이 너무 많아 모두 방문하기 어렵거나, 직접 찾아가기에는 먼 거리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편지로 인사를 대신했다. 메이지 시대에 접어들어 일본에서는 우편제도가 발달하기 시작했고 메이지 6년(1873년)에 우체국에서 전국 어디에 보내든 동일 요금이 적용되는 엽서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연말에 편지를 대신해 엽서를 보내는 관습이 빠르게 전파된 것이다. 게다가 메이지 32년(1899년)부터는 우체국에서 연말에 접수한 엽서를 새해 첫날 배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연말에 엽서를 보내는 관습이 완전히 정착하게 되었다. 우체국에서는 연말에 접수한 엽서를 새해 첫날에 배송하기 위해 12월 중순부터 해당 업무를 위해 단기 아르바이트를 따로 고용해서 우편물 분류 작업을 해야 할 정도로 많은 양의 연말 엽서가 발송되고 있다.
연말에 이렇게 보내는 엽서는 보통 11월 1일부터 다음 해 1월 10일까지 판매되고 규격과 전국 요금은 평소에 발송하는 엽서와 같지만, 몇 가지 다른 차이가 있다. 먼저 여러 재질의 엽서를 판매하고 있다. 예전에는 백지 엽서에 직접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써서 엽서를 꾸몄지만, 최근에는 컬러 프린터를 이용해서 가족사진을 넣거나 그 해에 있었던 큰 이벤트(예를 들면 결혼식) 사진을 인쇄하기도 한다. 연말 엽서를 보내는 목적이 감사 인사와 안부를 전하는 것이니 충분히 그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에서 판매되고 있는 개인용 프린터기에는 엽서를 인쇄할 수 있는 가이드가 포함되어 있다. 또한 우체국에서는 연말 엽서의 용지를 보통 용지, 잉크젯 프린터 가능 용지, 잉크젯 사진 프린터 가능 용지 등 용도별로 판매하고 있다. 잉크젯 사진 프린터 용지는 인화지와 가까워서 보통 용지의 엽서보다는 가격이 조금 더 비싸다.
또 하나, 연말 엽서의 특징은 엽서에 오토시다마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연말 엽서의 하단에 6개의 숫자가 인쇄되어 있는데 이것이 다름 아닌 복권 번호이다. 연말 엽서 판매가 종료되면 약 일주일 후에 추첨하고 1등은 30만 엔(약 270만 원)의 상금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연말 엽서를 받은 사람들은 엽서를 바로 버리지 않고 적어도 열흘 정도는 더 보관한다. 그리고 우편 요금에 기부금이 포함된 엽서도 있다. 2024년 기부금 포함 연말 엽서는 장당 68엔으로 5엔의 기부금이 포함되어 있다.
최근 한국에서는 연하장도 많이 줄어들고 IT 강국답게 그 자리를 SNS가 대체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원래 목적대로 올 한해 감사 인사와 안부를 전하고 새해에도 행복하기를 기원하는 마음만 제대로 전달 될 수 있다면 수단이 중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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