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에서 2024년 12월 3일 수요일 밤은 오래 기억될 것이다.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2시간 30분이 지난 새벽 1시쯤 국회의 신속한 계엄해제 결의로 6시간 만에 종료됐다. 하지만 그 충격과 불안은 진행형으로 이어졌다. 12월14일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가결로 정국의 불확실성이 잠시 줄어드는 듯 했다. 그러나 12월 27일 대통령권한대행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 연초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과정에서 공수처와 경호처 대립,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부지방법원 난입사태, 그리고 검찰의 구속기소 등으로 전개되면서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비상계엄이 초래한 부정적 영향 중 정치, 사회, 문화, 외교 부문 등은 성격상 정량적이기보다는 정성적으로 나타난다. 정치·사회적 부작용으론 국론이 대통령 탄핵찬성과 반대세력으로 분열되면서 남남갈등이 확대되는 것이다. 외교적으론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민주적 모범국가로서 이미지가 상실되고 불명예와 불신으로 국격과 국익이 훼손되는 것이다. 경제부문에는 정량 및 정성 측면이 둘 다 나타나는데, 수치로 볼 수 있는 자본시장과 외환시장을 먼저 보자.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12월 4일엔 각각 전일대비 1.44%와 1.98% 하락한 2464와 677.15를 기록한 후 횡보하고 있다. 12월 27일 권한대행 탄핵소추 표결 직전엔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각각 전일대비 1.02%와 1.43% 하락한 2404.7과 675.24를 보였다. 새해 들어 낙폭과대에 의한 상승세로 반전하면서 1월 24일엔 2536.80, 728.74를 나타내고 있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국회의 신속한 계엄해제요구로 12월 4일엔 전일보다 0.28% 하락한 1413.5원을 보인 이후 하락이 이어지면서 12월 27일엔 1476.0원까지 떨어졌고, 이후 반전해 1월 24일엔 1429.5원을 기록하고 있다. 다른 요인을 통제하지 못한 제약이 있지만, 자본시장 지표로만 볼 때는 계엄 후폭풍이 치유된 듯 보이나 외환시장의 환율 회복은 주식시장에 비해서 더디다. 그런데, 실물경제에서 정성적으로 나타나는 소비심리 위축과 소비감소, 투자부진 및 고환율의 우려 등은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를 더욱 힘들게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일은 국정 불안이다. 비상계엄이 대통령의 통지행위인지 아니면 국헌문란 내란인지를 밝히게 될 탄핵심리와 구속기소 과정에서 찬·반 지지자들의 대규모 집회와 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리 과정에서 내란사건 제외와 심리절차에 대한 공정성, 공수처의 내란 수사에 대한 적법성, 직권남용혐의가 빠진 검찰의 내란혐의 기소 등을 둘러싼 논란에서 여·야는 물론이고 진영논리에 빠진 지지자들 간에도 대립과 반목이 이어지고 있다. 혼란스럽게 전개되는 정국 불확실성과 국론분열을 막기 위해서는 행정·사법·국회 기관들의 각자 제 역할 수행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기업지배구조이론을 국가조직에 접목해서 살펴보자.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기업조직에서 경영자가 주인인 주주의 대리인(agency)인 것처럼, 국가조직에서 국민이 선출한 공직자(대통령, 국회의원 등)와 이들로부터 임명된 공직자(국회의장, 대법원장, 대법관, 헌법재판관, 장관 등)들은 국민에 대한 대리인이다. 대리인은 자신의 사익이 아니라 국민과 국가이익을 위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이런 연유로 이들 대리인에게 파격적인 보수와 의전이 제공되는 건 아닐까? 공자는 "물이 배를 띄우지만, 배를 가라앉힐 수도 있다"라는 군주민수(君舟民水)란 말을 사용했다. 현실에서 군(君)은 협의 개념의 선출공직자는 물론이고 광의로 행정·사법·국회 등 국가기관 임명공직자로 확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이들 국가기관 선출·임명공직자들이 선국후사(先國後私)의 정신으로 훗날 역사에 부끄럽지 않도록 국민에 대한 대리인 역할에 충실했으면 한다. 혼란 정국에서 국민의 눈은 온통 헌재와 사법부에 쏠려 있다. 국민은 헌법재판소가 누구나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절차와 방법으로 탄핵 심판을 진행하길 기대한다. 사법부 역시 누구에게나 공평(公平)하게 '법과 양심, 그리고 상식'에 의해 재판하길 바라고 있다. 이것이 국론분열과 혼란을 민주적으로 해결하고, 모두가 승복하는, 국민이 하나 되는 방식이 아닐까? 이들 국가기관 임명공직자들에 대해 신주민수(臣舟民水)란 표현을 쓰면 과할까? /원광대 경영학과 교수
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