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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지역

[되살아난 서울] (174) 토지의 신과 곡식의 신에게 제사 지내던 곳...종로 '사직단'

사직단 전경./ 김현정 기자

"궐 안에 역도들이 창궐해 나라가 누란지세에 처했다. 그대들은 과인을 도와 역도들을 몰아내고 종묘와 사직을 바로 세우겠는가?" 지난해 MBN에서 방영된 사극 '세자가 사라졌다'에 나오는 대사 중 하나다. 이처럼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만든 드라마나 영화 등에는 '종묘'와 함께 '사직'이란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저 두 개념이 국가의 근본을 상징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종묘는 사람을, 사직은 신을 모시는 공간이라는 차이가 존재한다.

 

◆조선의 근본 상징하는 공간, 사직단

 

사직단 일대./ 김현정 기자

지난달 20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사직단을 방문했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1번 출구로 나와 독립문 방향으로 약 337m를 걸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는 한양 천도를 단행하며 1395년 경복궁 동편에 종묘를, 서편에 사직단을 조성했다. 사직은 토지의 신인 '사(社)'와 곡식의 신인 '직(稷)'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며, 사직단은 임금이 토신과 곡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제단을 의미한다.

 

사직단 동쪽엔 사단이, 서쪽엔 직단이 설치됐다. 두 단은 한 변의 길이가 7.65m인 정사각형으로 만들어졌으며, 높이는 약 1m다.

 

이중의 담이 단 주위를 에워싸고 있다. 안에는 '유'라고 불리는 낮은 담을, 바깥에는 4개의 신문이 세워진 담을 둘렀고, 그 외부엔 제사 준비를 위한 부속 시설을 뒀다.

 

사직단 전경./ 김현정 기자

1910년 전후 일제에 의해 제사가 폐지됐고, 부속 건물들이 헐려 두 단만 남겨진 상태에서 공원으로 조성됐다. 사직단은 1963년 사적 제121호로 지정됐으며, 1980년대에 담장과 부속 시설 일부가 복원됐다. 전주이씨 대동종약원은 1988년부터 매해 이곳에서 사직 대제를 거행하고 있다.

 

가장 먼저 보이는 안향청 일대는 현재 복원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안전 가림막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거대한 회백색 장벽을 지나 샛길로 들어서 사직단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대문 맞은편에 자리한 동신문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남신문, 서신문, 북신문이 설치됐다. 다른 홍살문과 달리 바깥 담장의 북문만 3개의 문으로 이뤄졌다. 신이 드나드는 문이라 격을 높인 것이라고.

 

안팎의 두 북문 사이엔 제례 중 국왕이 서 있는 자리인 판위가 있었다. 유의 북문과 담장의 북문을 잇는 건 향축로(향과 축문이 이동하는 길)이고, 여기서 서신문으로 어로(임금이 다니는 길)가 나 있다. 유의 바깥 서남쪽에 위치한 건물이 신위를 모시는 신실이다. 제사를 지내던 곳을 한 바퀴 휘 둘러본 뒤 전사청으로 갔다.

 

◆제례 음식 준비하는 곳, 전사청

 

전사청 일대./ 김현정 기자

제례를 총괄하는 전사청은 사직단 서쪽에 자리했다. 전사관은 전사청에서 제사 음식을 점검했다. 전사청 양옆에는 제물이 될 소, 양, 돼지 등을 잡는 재생정과 제사용 그릇을 보관하는 제기고가 배치됐다. 이외에 주요 시설로는 일하는 사람이 머물던 수복방, 절구를 두고 곡식을 찧던 장소인 저구가, 우물 등이 있다. 전사청 일대의 시설은 일제강점기 때 전부 철거돼 공원으로 이용되다가 2021년 복원됐다.

 

사직 대제 때 사용된 제기./ 김현정 기자

이날 전사청 권역에선 제사 때 쓰인 각양각색의 그릇을 볼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술잔으로 사용된 제기 '작' ▲메조와 차조를 담는 제기 '궤' ▲제례시 신을 맞이하기 위해 향을 피우는 제기 '향로' ▲간을 한 소, 양, 돼지고깃국을 담는 제기 '형' ▲산과 구름, 우레를 새긴 술항아리 '산뢰' ▲쌀과 수수를 담는 제기 '보' ▲코끼리 모양의 술항아리 '상준' 등이 전시됐다.

 

제기들 가운데 상준이 가장 눈에 띄었다. 부처님 귀처럼 아래로 길게 늘어진 귀와 고슴도치 가시마냥 삐쭉 솟은 상아를 가진 코끼리의 등에 화장품 용기를 얹은 형태였다. 우스꽝스럽게 생긴 술항아리를 쥐고 제사에 올릴 술을 따라야 했던 조상님들은 엄숙한 분위기에서 웃음을 참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감히 가늠하기조차 어려웠다.

 

사직 제관의 복식./ 김현정 기자

당시 치러진 제례를 상상하는 데 도움을 주는 전시물이 하나 더 있다. 사직 제관의 복식이 바로 그것. 제례에 참여하는 제관들은 검은색 계열의 제복을 입었고, 머리엔 제관을 썼다.

 

속에는 중단을, 겉옷으로는 흑색 의(衣)를 입었으며 그 위에 상, 대대, 수, 폐슬, 패옥, 품대, 방심곡령을 착용했다. 사극에 종종 제복이 나와서 특별히 새롭게 느껴지진 않았는데 제관에 부착된 세로선의 개수가 다르다는 사실은 이날 처음 알게 됐다. 이 세로선(양)의 수를 통해 신분을 나타냈다고.

 

사직단 안향청 권역 복원 공사는 연내 마무리될 예정이다. 국가유산청은 "일제강점기 민족 정체성을 훼손하기 위해 공원으로 격하한 국가 최고의 의례 시설을 되살려 사직단의 상징성과 역사성을 회복할 것"이라며 "국민 문화 향유권 신장과 관광 자원 창출에 기여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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