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셀 코리아'가 좀처럼 멈추지 않고 있다. 올해에만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7000억원이 넘는 주식을 팔아 치웠다. 반도체에 치우진 데다 환율 및 금리 등에 취약한 구조, 글로벌 스탠다드를 역행하는 각종 정책과 규제가 외국인이 한국 시장을 외면하는 요소로 꼽힌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 관세전쟁은 한국 경제를 뿌리채 흔들 태세다.
◆외국인, 우울한 한국경제 전망에 '팔자'
이달 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 매도세가 가파르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월 한 달간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9352억원을 순매도했는데, 이달 들어서 16일까지 10거래일 동안에만 8115억원어치나 팔아치웠다.
외국인이 특히 많이 판 종목은 삼성전자다. 무려 1조8145억원 넘게 순매도했다. 올해 코스피 시장의 외국인 전체 순매도액(1조7467억원) 보다 많다. 삼성전자 '팔자'가 없었다면 순매수했다는 얘기다.
외국인이 '셀코리아'에 나서는 건 경기 침체 우려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에 관세 부과를 예고한 트럼프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오전 트루스소셜에 "오늘은 중요한 날. 상호관세!!!"라며 상호관세 부과를 알렸다. 상호관세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개념이다. 각국이 미국 상품에 부과하는 관세율만큼 미국도 상대국에 관세를 매기겠다는 의미다.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관세가 거의 없지만, '비관세 장벽(NTB)'까지 고려하면 트럼프식 상호관세 공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온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 관세 조치에 따른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한국의 총수출은 최대 1.9%(132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성장률 전망도 우울하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로 기존보다 0.4%포인트 낮췄다. 12·3 비상계엄과 탄핵 소추 등 정치 불안으로 소비 심리가 급격히 위축됐고,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불러온 관세 전쟁이 수출을 위협하고 있다는 이유다. 이미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올해 한국 성장률을 1.6%까지 낮췄다. JP모건은 1.2%라는 암울한 전망을 했다.
◆"국내 증시 반등 당분간 어려울 듯"
증권가에서는 외국인들이 단기 내에 돌아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시장 전망을 밝지 않게 본다. 이영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4월 시행될 예정인 상호 관세는 내우상호관세는 매우 포괄적인 형태로 구체화할구체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은 이미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해 관세율의 차이는 존재하지 않지만, 미국 입장에서 8위에 해당하는 무역적자 대상국이며 반도체 등 핵심 산업에서 무역 불균형이 큰 점이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정상회담을 통한 정책 조율의 기회가 제한된 한국의 입장에서 관세 문제는 지속적인 시장의 부담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짚었다.
치솟은 환율도 외국인 '매도'를 부추긴다. 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41.90원에 마감했다. 트럼프발 관세전쟁과 신팽창주의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안전자산인 '달러 몸값'이 뛰고 있어서다. 외국인의 이탈도 원화 환율원화값 하락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글로벌 스탠다드와 맞지 않은 정책도 외국인이 한국 증시를 외면하게 하는 요소다. 골드만삭스·JP모건 등 전 세계 160개 글로벌 투자자·금융기관을 회원사로 둔 아시아 증권 산업 금융시장 협회(ASIFMA)는아시아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ASIFMA)는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백서를 통해 "코스피 시장의 외국인 지분율 하락은 시장 구조 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허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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