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아버지는 자수성가한 부동산 업자였다. 뉴욕 외곽 퀸스와 브루클린의 아파트를 돌며 월세를 받을 때 어린 트럼프를 데리고 다녔다. 트럼프는 그런 아버지로부터 가차없는 월세 수금 방법을 배웠다. 트럼프가 부동산 사업가이던 1987년 자신만의 협상 전술을 소개한 책 '거래의 기술'에서 "압박을 얼마나 잘 다루느냐에 따라 게임의 승패가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상대를 제압하려면 예상하지 못한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철두철미한 장사꾼 기질을 갖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막강한 국력을 무기로 상대를 약탈하는 '경제 전쟁'을 시작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날인 지난 달 20일 캐나다와 멕시코에 25%의 고율 관세(1일 정식 발표 뒤 3일 한달 유예)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10%의 추가 관세 방침(4일부터 관세 부과)을 발표했다. 트럼프 정부는 관세 부과에 있어 "동맹도 예외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한국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철강·알루미늄 25% 관세(10일)와 상호 관세(13일), 자동차 관세(14일) 계획도 발표했다. 글로벌 무역 질서는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트럼프가 주도하는 관세 전쟁은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소하고 기업의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옮겨오는 등 제조업 강화를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또한 트럼프가 펼칠 감세 정책으로 발생하는 세수 공백을 관세를 통해 메우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발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면서 우리나라도 자칫하면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당장 각국 관세 전쟁이 확전될 경우 환율 변동과 인플레이션이 한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한국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해 거의 모든 미국산 물품이 무관세이지만 미국이 불합리하다고 하면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장 주력 상품인 반도체, 자동차, 바이오까지 위험에 빠졌다. 대미 수출의 41%가 '관세 폭탄' 사정권에 든 것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 강화와 이에 대한 중국 등 주요국의 대응으로 글로벌 무역 갈등이 격화할 경우 글로벌 교역이 급격히 위축되고 무역정책 불확실성이 증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시나리오는 점차 현실이 돼가는 분위기다.
진짜 위기 요소는 미·중 '관세 폭탄'의 후폭풍이다. 중국은 트럼프 1기 때의 중국이 아니다. 첨단산업 육성과 시장 다변화, 그 어려운 두 가지를 해냈다. 대미 수출 비중은 줄고(2000년 21%→2024년 10월 누계 15%), 아세안과의 무역 비중이 확 늘었다(2004년 9.2%→2023년 15.4%). 미국이 시장 장벽을 높이면 중국은 아세안과 중남미 시장 공략에 더 열을 올릴 것이다. 그럴수록 한국 기업들은 중국의 '인해전술'에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세계 각국이 미국과의 협상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지만 한국은 12·3 계엄 사태 여파로 트럼프의 대화 파트너가 부재한 상황이다. 트럼프는 정상간 직접 협상 방식을 선호하는데 대통령 자리가 공석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가 지난 18일 관세 전쟁 대비 올해 무역금융을 360조원 규모로 공급한다고 밝혔지만 이는 '언발에 오줌 누는'식이다. 이런 대책으로는 미국의 관세 전쟁 '해일'을 감내하기 부족하다. 한시라도 빨리 '탄핵 정국'을 마무리하고 적극적으로 정치권과 정부, 기업이 역량과 지혜를 총동원해 대처해야 할 상황이다. 위기를 극복할 '골든 타임'이 얼마 안 남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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