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규제를 받지 않고 있는 '합성 니코틴'(액상형 전자담배 원료)을 담배로 규정해 규제권 안에 넣으려는 시도가 재차 무산됐다.
정부는 여야와 추후 완전한 합의를 거쳐 다시 의결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조기 대선 국면 가능성이 커지면서 올해 내 관련 규제 처리는 어려워졌다.
합성 니코틴을 활용한 전자담배에 대한 규제 공백이 이어지면서, 전자담배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청소년들은 여전히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게 됐다. 또한 대규모 세수 펑크 상황에서 세원을 확보하려던 움직임에도 제동이 걸렸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경제재정소위원회를 열고 합성니코틴을 사용한 액상형 전자담배를 담배에 포함해 규제하는 내용을 담은 '담배사업법 개정안'을 심의했으나 처리하지 못했다고 뉴시스가 전했다.
해당 개정안은 담배 원료 범위를 기존 '연초 잎'에서 '연초 및 니코틴'으로 넓혀 광고 및 온라인 판매 등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번 개정안은 그동안 합성 니코틴을 주로 사용하는 액상형 전자담배가 '담배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점을 개선한다는 목적으로 발의됐다.
액상형 전자담배에 사용하는 니코틴은 ▲담뱃잎에서 추출한 니코틴 ▲담배 줄기와 뿌리에서 추출한 니코틴(스템 니코틴) ▲합성 니코틴 등 세 종류로 나뉜다.
합성 니코틴은 말 그대로 화학물질로 제조하는 니코틴으로, 현행법에서 담배로 규정하지 않는다. 이에 무분별한 광고·온라인 판매가 이뤄지는 등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비판이 이어져 왔다.
또 청소년 유동인구가 많은 학교 근처에서도 판매할 수 있어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이 같은 문제점들이 드러나면서 합성 니코틴을 사용한 액상형 전자담배도 법적 테두리 안에 넣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그러나 전자담배 사업자들에게 담배사업자 허가를 내줄 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과 더불어 액상 담배업계의 반발, 소상공인들의 어려움 등으로 합의는 난항을 겪었다.
실제 이번 소위원회에서 여야는 담배 원료 범위를 '연초 및 니코틴'으로 확대하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으나, 과세 유예와 소매점 간 거리 제한 규제 문제를 두고는 완전한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개정안에는 담배 원료 범위 확대 외에도 합성니코틴 제품에 대한 과세 6개월 유예와 소매점 간 거리 제한(도시 기준 50m 이상) 규정 2년 유예도 담겨 있는데, 이에 대한 이견이 강력하게 표출됐다는 것이다.
특히 액상형 전자담배 소매판매자 간의 거리 제한 유예 기간이 끝난 후 이들이 궐련형 담배까지 판매할 수 있냐는 문제가 주요 쟁점이 됐다.
소위에 참석한 기획재정부 측은 담배 사업에 대한 별도 허가 규정 없이 법을 개정할 경우, 전자담배 사업자들이 규제 유예 기간 종료 후 일반담배까지 판매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럴 경우 궐련형 담배를 파는 소매점 수가 급격하게 늘어 국민건강권 측면에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 또 기존 궐련형 담배 판매 업주들 입장에서도 경쟁자가 늘어 피해가 클 수 있다는 것이 기재부의 입장이다.
이에 기재부 측은 당시 소위에서 '합성 니코틴을 판매하던 사업자는 합성 니코틴만 계속 판매해야 한다'는 문구를 개정법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일부 의원들은 기존 일반담배 판매업자들의 경우 액상형 전자담배를 포함해 모든 담배를 전부 취급할 수 있기 때문에 형평성 측면에서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반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 이번 2월 임시국회 내 법안 처리가 무산되면서, 연내 합성니코틴 규제 조치는 어려워졌다.
조기 대선이 진행되면 임시국회를 열기 어렵고, 새 정부가 들어서면 내각 구성 등에 힘을 쏟아야 하기에 법안 심사는 뒤로 밀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합성 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가 담배에 포함되느냐 안되느냐를 두고 정치권에서 논쟁을 이어가는 사이에 청소년들은 규제 사각지대에 계속 노출되고 있다.
초등학교 인근에서조차 24시간 무인 전자담배 판매점 설치가 가능해, 학생들이 쉽게 유혹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 부모님의 신분증을 넣고 성인인증만 하면 누구나 손쉽게 전자담배를 구매할 수 있다. 온라인에서는 성인 인증을 거치기만 하면 거래를 할 수 있어, 사실상 어린 아이도 접근이 가능하다.
김도환 전자담배협회 총연합회 부회장은 "규제 지연은 일부 합성니코틴 수입업자를 위한 것이지 국민건강과 소상공인을 위한 것이 아니다"며 "이렇게 전자담배 규제 공백이 지속되면 국민들도, 우리같이 법을 지킨 소상공인들도 모두 피해자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례없는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결손 상황에서 담뱃세를 통해 세원을 다양화하려는 움직임도 물거품이 됐다.
앞서 지난해 총세입 중 국세수입은 336조5000억원으로 예산(367조3000억원)보다 30조8000억원이나 세금이 덜 걷혔다. 2023년(-56조4000억원)에 이어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펑크'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재정적 어려움에 처해있는 상황에 여야정이 뜻을 모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다만 담배에 대한 세금은 그 규모가 작아 단기적인 효과를 보긴 어렵다. 땜질식 대책이 아닌 중장기적인 대책을 세워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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