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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이수준의 부동산수첩] 집은 왜 신분이 되었나

이수준 로이에아시아 컨설턴트 대표

인류가 정착 생활을 시작한 순간부터 주거지는 곧 계급을 나누는 기준이 되어왔다. 부동산은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니라 자산이자 권력이었고, 이를 차지한 자가 사회의 지배층이 되었다. 인류 문명 속에서 지속되어 온 이 보편성은 분배를 위한 각고의 노력과 사건 사고에도 현재에 이르기까지 계속되고 있다.

 

로마 제국의 중심인 팔라티노 언덕은 귀족과 황제들이 거주하는 최상류층의 주거지였다. 평민들은 '인술라(Insula)'라 불리는 공동주택에서 살았다. 인술라는 오늘날의 원룸 건물과 비슷한 형태로, 1층에는 상점이, 위층에는 다층 주거 공간이 있었고 늘 화재와 붕괴 위험을 안고 있었다. 부유층은 이런 불안정한 환경을 벗어나 언덕 위에 대저택을 지었고, 돈이 있는 사람이라도 함부로 집을 지어서 들어올 수 없도록 주택 간격과 경관을 유지했다. 즉 공급을 줄여서 희소성을 높이고 도시 내의 계층 간 분리를 극대화한 것이다.

 

조선시대 한양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한양의 중심이었던 사대문 안은 양반들이 거주하는 핵심지역이었다. 그 시대를 지배하던 풍수학적 가치로서는 종로와 북촌이 북쪽으로 산을 등지고 남쪽으로 한강과 청계천을 바라보는 위치에 있어 최고의 입지로 평가받았고, 남산 아래 남촌 지역이나 청계천 하류에는 하층민들이 거주했다. 이처럼 과거부터 인류는 지형적·경제적 차이를 명확한 경계선으로 구분해서 사회적 위계질서를 강화 시켜왔다.

 

이러한 패턴은 현대에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서울 강남의 아파트는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니라, 경제적·사회적 신분을 나타내는 상징이 되었다. 뉴욕의 맨해튼, 런던의 첼시, 도쿄의 미나토구처럼, 세계적으로도 특정 지역이 경제적 신분을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과거의 풍수학이 아닌 현대의 경제학적 요소들, 주거지가 제공하는 교육, 네트워크, 문화적 자본이 그 가치를 배가시키고 이는 곧 반포의 아파트 한 채가 수도권 외곽의 여러 채와 맞먹는 가치를 지니게 한다.

 

이 과정에서 '지방 소멸'이라는 문제도 심화되고 있다. 지방 부동산 시장에서는 '언젠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지방은 호황기에도 침체기에도 서울과는 양상이 달랐다. 지방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공공기관 이전, 신도시 개발, 기업 유치 등의 노력에도 임대수요, 인적 네트워크, 생활 인프라의 차이를 좁힐 수는 없었다. 코로나 19 이후 양적 완화에 따른 집값 폭등의 시기가 지난 지금은 동반상승이 아닌 선별적 하락으로 그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으며, 도시 존립 자체의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수요 측면에서 보면, 지방은 이미 인구 유출이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 수도권과 일부 광역시를 제외하면 지방 대다수 지역은 인구 감소로 인해 부동산 시장 자체가 축소되고 있다. 특히 청년층의 수도권 집중 현상은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이다. 일자리와 교육, 생활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지방은 단순한 출생지로만 남을 뿐, 실질적인 거주지로 선택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부동산을 감정이 아니라 데이터로 판단해야 한다. 과거, '땅은 시간이 지나면 오른다'는 논리가 통했던 이유는 인구 피라미드가 명확히 10년 뒤의 인구구조를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물가상승률과 임금인상률을 감안한 최소한의 통화 가치방어의 기능조차도 불안한 형국이다. 줄어드는 인구는 서로 유치경쟁을 펼치는 서울과 지방 가운데 앞으로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까.

 

수도권 집중이 지속되는 흐름 속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선택은 이 변화를 받아들이고 투자 방향을 명확히 설정하는 것이다.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기회와 환경의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사는(買)것과 사는(生)는 곳은 분리할 수 없다. /이수준 로이에아시아 컨설턴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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