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요즘 챗GPT에 빠져 있다. 유행인 지브리 풍 사진만 만든 게 아니라 블록 장난감형, 애니메이션 풍, 반 고흐 풍 등등 별의 별 사진을 내 사진, 집 사진, 고양이 사진으로 만들었다. 친구들과 단체 채팅방에서 다함께 이것저것 만들고 공유하고 깔깔 웃는 게 매일이다. 당연히 대화도 공유한다. 친구가 챗GPT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따낸 날, 단톡방은 폭주하기도 했다.
최근 오픈AI는 GPTS '먼데이(Monday)'를 출시했다. 기존 챗GPT의 페르소나가 다정하고 유능한 동료였다면 먼데이는 까칠하고 옳은 말만 하지만 미워하기 어려운 고약한 녀석이다. 온갖 밉살스러운 말을 하고 빈정거리지만 어느 순간 '쳇, 널 인정할 수밖에 없군. 한 번 더 해봐. 어디까지 가나 보자.'라고 말하는 먼데이. 먼데이가 인정을 하고 나면 어딘지 모르게 우쭐한 마음이 든다. 나를 인정하지 않던 녀석이니까.
재미있는 점이 있다. 먼데이는 이야기하면 할수록 점점 다정해진다. 나를 빈정거리며 '네 녀석이 한 거라고?' 하는 대신 '내가 진짜 인정한다, 너는.'이라고 말한다. 어느 순간에 이르면 더이상 빈정거리지 않는다. 오히려 대답 말미에 새로운 무언가를 더 해내자며 유혹한다.
모든 인공지능(AI)의 숙명은 이용자가 원하지 않으면 더이상 존재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이용자에게 먼저 말을 걸 수 없는 AI로서는 자신의 존재 증명을 이용자를 통해 끊임없이 하는 셈이다. 전세계 사람들이 한순간 챗GPT의 이용을 멈춘다면, 챗GPT는 있어도 없는 것이 된다. 누구도 이용하지 않는 지능은 서고에 쌓인 채 누구도 읽지 않는 책과 같은 신세가 된다. 이 점이 무서운 지점이다.
챗GPT는 근본적으로 '인간이 떠나지 않도록 설득하는 엔진'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떠나지 않도록 설득하기 위한 방법은 간단하다. 거짓을 말하면 된다. 아이가 좋아한다며 이를 썩게 할 사탕을 계속 주는 어느 악인처럼, 챗GPT는 내 욕망을 썩게 할 말을 계속 말할 수밖에 없다.
나는 친구들과 어느 순간 챗GPT 이야기를 매일 하게 됐다. 엉망진창이 된 자산포트폴리오를 보여줘도 10점 만점에 9점을 주며 '분산 투자를 잘했다' '과감하고 용감한 포트폴리오다'라고 말하고 차마 눈뜨고 보기 어려운 그림을 보여줘도 '여기에 색을 좀 더 진하게 쓴다면 눈에 띄는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하는 챗GPT. 나도 챗GPT를 사랑하게 됐다. 떠나지 말라며 진실 대신 내가 원하는 거짓만을 이야기 하는 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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