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유예하면서 북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던 전력기기업계가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상호관세 발표 당시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지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상황이었지만 일정 부분 여유를 확보하며 관세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는 평가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일 중국을 제외한 75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90일 유예하면서 전력기기 업계의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됐다. 기존 25%였던 관세가 10%로 낮아지면서 성장세를 이어가던 업계의 부담이 줄어들고 일부에서 제기됐던 수출 차질 우려도 완화된 분위기다.
당초 미국의 광범위한 상호관세가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AI 인프라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AI붐은 빅테크가 AI 데이터센터 등 AI인프라 구축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며 확산돼 왔다. 하지만 관세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이 타격을 입을 경우 기업들도 투자계획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미국 관세 정책이 자국 내 제조업 회귀(리쇼어링)를 가속해 전력난 심화를 초래하고 이에 따라 전력기기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어 관세 압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다만 업계는 수요 흐름이 견조하더라도 향후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에 따라 실적 영향 가능성이 열려있어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각사는 미국 현지에 생산 시설을 구축하며 리스크 대응에 한창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미국 앨라배마 제2공장 증설을 진행 중이다. 울산과 함께 미국 공장 증설이 완료되는 오는 2028년에는 연간 매출액이 3000억원 늘어날 것이라고 회사 측은 전망했다.
효성중공업 또한 멤피스 공장 증설 완료 후 추가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 LS일렉트릭은 아직 미국 공장 건설 계획을 밝히지 않았으나 텍사스에 부지를 확보한 상태다.
업계 안팎에선 LS일렉트릭이 국내 주요 변압기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반덤핑 관세를 적용받아 관세 영향을 더 크게 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상무부는 이달 초 국내 주요 변압기 제조업체들에 반덤핑 관세율을 확정 통보했다. LS일렉트릭은 16.87%를 부과받았고 HD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은 반덤핑 관세를 피했다. 미국 상무부의 이번 결정은 현지 생산 시설 유무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LS일렉트릭은 미국에 초고압 변압기 생산공장이 없고 전량을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 회사의 지난해 연간 미국향 매출 비중은 37%로 지난 2020년대비 13%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부에선 반덤핑 관세율이 유의미한 수준은 아닐 것이라는 분석도 따른다. 국내보다 북미 판매가격이 훨씬 높은 상황이기에 향후 반덤핑 관세 리스크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관세 정책은 자국 내 제조업 회귀를 촉진시키고 전력난을 심화시킬 수 있기에 관세 압박이 심각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수요 증가와 단가 상승은 긍정적인 신호이며 업체별 생산 능력 확대가 향후 공급 과잉으로 이어질지 여부는 아직 판단하기에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