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근의 관망과 훈수] 투키디데스 함정 앞에서
G2, 미국과 중국이 보복관세를 주고받으며 1차 패권전쟁이 한참이던 2018년말 파이낸셜타임즈는 '투키디데스 함정'을 올해의 용어로 선정했다. 어원은 기원전 5세기 아테네의 학자였던 투키디데스가 당시 펠로폰네소스반도의 신흥세력 아테네와 기존의 패자 스파르타간의 전쟁 원인과 과정을 기술한데서 비롯된다. 빠르게 부상하는 신흥강국이 기존의 세력판도를 흔들면서 기존 패권국과 신흥국간에 무력충돌이 일어나는 상황을 학자들은 투키디데스 함정으로 표현한다.
최근들어 이 용어가 자주 회자되고 있다. 2500여년전 벌어진 지중해 연안의 도시국가간 쟁패 양상이 세계사에서 끊임없이 반복됐고 지금 또 그 앞에 있다고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우리는 현재의 미중갈등을 지켜보면서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하며 사태의 향배를 숨죽인 채 지켜보고 있다.
미국의 국제정치학자 그레이엄 앨리슨은 2012년 '투키디데스 함정'이란 용어를 사용하며 지난 500년간 신흥세력이 지배세력에 도전했던 주요 사례 16개 중 12개가 전면전으로 귀결됐다고 주장했다. 자연의 섭리를 생각하면 이보다 훨씬 많겠지만 우리의 우선적 관심은 75%의 무력 전쟁화 비율이다. 지금 지구촌에는 미국과 중국의 주도로 무지막지한 관세폭탄과 기술 및 공급망 전쟁, 세계 경제·안보의 블록화가 진행중이다. 지구라는 한정된 자원을 둘러싼 양강의 패권전쟁인 만큼과거사례로 볼때 무력충돌로 귀결될 확률이 70%대에 이를 수 있다.
전쟁으로 확장하지 않고 상호 통제되는 25% 확률 상황인 '투키디데스 함정에서의 탈출'에는 크게 두자지 사례를 볼 수 있다. 하나는 미국과 구소련의 경우처럼 추격자가 내부붕괴하는 경우이다. 다른 하나는 20세기 초중반 기성패자 영국과 신흥강국 미국간의 평화적 패권이양이다.
작금의 미중 갈등은 아직은 군사력 다툼이 아닌 제조업을 포괄하는 경제적 능력 분야여서 다행스런 상황이다. 이 양상이 기축통화 지위의 수성과 탈취라는 통화전쟁으로 연장될 것이란게 대체적 전망이다.
미중갈등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기 집권때 무역전쟁으로 표면화했지만 대중국 견제의 시작은 2010년대 초반으로 알려졌다. 10여년 이상 '투키디데스 함정'의 현실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이 과정이 원만하게 넘어가지 않고 더욱 첨예해지면 군사적 충돌 확률이 급격히 올라갈 것이다. 그 조짐은 미약하지만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처럼 대만에 대한 중국의 전격적인 국지전이 궁극적으로 미-중간 분쟁으로 확산될 여지는 있다. 이럴 경우 주변국이 온전하지 않을 수도 있다.
미중간 극한 충돌 와중에 대한민국은 지난 60여년간 이어온 성장경제의 종언을 걱정하고 있다. 가계·기업·정부의 과도한 부채와 버블경제 및 구조조정 지연,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성장동력 상실과 성장의지 위축, 경제 양극화와 만성화된 정치·사회 갈등 등 대내적 위기 징후는 널려있다. 외부적으로도 고도성장의 토대가 됐던 신자유주의 및 세계화의 종식, 미국의 관세폭탄과 자국우선주의 및 신먼로주의, 중국 경제의 위축과 대중 수출 급감, 한중 기술격차 소멸 등 K-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악재들은 더욱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협상에 지극히 밝은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작금의 갈등관계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중갈등 상황이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지는 파국까지 진행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미국이 기축통화국 지위를 유지하며 중국의 상대적 제조업 우위를 인정하는 수준에서 타협한다면 대한민국은 새로운 도약기를 맞을 수도 있을 것이다. 동트기 전이 제일 어둡다는 속담을 곱씹어 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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