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상품의 사용가치 또는 효용가치는 주관적이어서 그 크기를 측정하기 어렵고 미래가치를 사전적으로 정확하게 판단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금융상품은 거시경제 상황을 반영하여 (시장)가격이 변동하므로 통계자료가 정확하다면 객관적 (내재)가치를 추정할 수 있다.
내재가치와 시장가격이 수렴할 때 가격과 가치는 균형을 이뤘다고 할 수 있다. 집단 쏠림현상으로 가치와 가격이 불균형 상태가 되더라도 끊임없는 시장청산(market clearing) 과정을 거쳐 가치와 가격은 균형을 되찾아 간다. 시장에서 가격이 균형을 이탈하더라도 매수·매도 과정이 쉴 새 없이 반복되면서 적정가격이 발견되며 균형을 찾아간다. 쏠림현상으로 가격이 비정상적 고평가되었을 때 공매도는 시장이 균형을 찾아가게 하는 순기능을 한다.
상품의 시장가격이 본질가치를 크게 벗어나서 상승해도 문제, 하락해도 문제를 야기한다. 시장경제는 매도·매수 의견이 엇갈리며 가격이 계속 변해가는 과정에서 거래가 형성되고 시장이 활기를 찾는다. 상품 가격은 외부 개입이 없는 투명한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어야 적정가격이 발견되어 시장을 활성화한다. 실물시장이건 금융시장이건 잘못된 정책과 오도된 집단 투기심리로 말미암은, 가격 불균형 현상이 크게 벌어지면 투자 대상 자산의 내재가치와 시장가격의 불균형이 확대되어 누군가에게는 특별이익 창출 기회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특별손실 위험이 도사려 부의 비정상적 이동이 진행된다. 가격변동이 심한 데다가 가격 왜곡이 장기화하면 그 후유증으로 실물경제를 교란하고 끝내 경기변동을 초래한다.
만약, AI가 상품의 공급량과 수요량을 측정하여 현재와 미래의 적정가격 예측이 가능하게 되어 현재와 미래의 가격 산정 능력이 정확해진다면 어떻게 될까? 모든 투자자 사이에 가격변동에 대한 의견이 같아지면 거래가 없어져 시장 기능 마비로 시장이 형성되지 못하고 경제 역동성이 저하될 수도 있다. 경쟁시장에서 상품을 더 싸게, 더 빨리, 더 좋게 만들어내려는 경쟁이 정체되어 산업 발전 진행 속도가 더뎌지고 자본주의 사회는 무기력해질 가능성이 커진다. 투자자들이 AI 눈치나 보며 살아야 할지 모르게 될 경우, 누군가 AI를 조작하여 시장을 한순간에 무너트릴 우려도 있다.
소유 재산 대부분을 공익기관, 자선단체에 기부하였다는 워런 버핏과 조지 소로스는 '가격과 가치의 균형과 이탈' 현상을 남보다 빠르게, 바르게 읽어내는 시각으로 금융시장에서 커다란 부를 일궈냈다. 실물경제 흐름과 금융시장 흐름을 예리하게 비교·관찰하는 혜안이 불가결한 장면이다. 버핏은 미래가치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거나 가치에 비하여 가격이 낮은 상품에 투자한 다음에 때를 기다렸다. 소로스는 시장에서 가치와 가격의 괴리가 커질 때 시장 간 또는 시차를 둔 차익거래에 베팅하여 시장이 불균형 상태에 깊이 빠지는 현상을 예방하면서 자신은 커다란 이익을 챙겼다. 남다른 분석, 판단력에다 인내심을 가져야 가능해진다.
모든 상품의 가격 결정은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가치와 가격의 균형을 이뤄가야 바람직한 데, 인위적 시장개입은 불확실성을 잉태하다가 급기야 시장을 망치기 마련이다. 금융시장, 실물시장을 억지로 끌어당기거나 억누르려다 시장을 아예 망가트려 대공황 같은 사태가 발생했는데 아직도 반면교사로 삼지 못하는 듯하다. 최강국 미국에서 막강 권력이 세계 경제를 순리보다 욕심으로 쥐락펴락하는 망동을 보면서 잊지 말아야 할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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