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의 핵심 장비인 'TC본더'를 둘러싼 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 간 갈등이 국내 반도체 공급망 재편 움직임으로 번지고 있다. 8년간 이어진 'HBM 동맹'이 흔들리면서 국내 반도체 생태계의 구도가 새롭게 짜일지 이목이 쏠린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이달 말 HBM 생산에 필수적인 '열압착 본딩 장비(TC본더)'의 신규 발주를 추진하고 있다. 기존 독점 공급사인 한미반도체뿐만 아니라 한화세미텍, 싱가포르 ASMPT 등 국내외 기업과 협력 가능성을 타진 중이다. 특정 기업에 장비 공급을 의존하면 가격 인상이나 공급 지연 등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지난달 한화세미텍과 두 차례에 걸쳐 총 420억원 규모의 HBM용 TC 본더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공급망 다변화에 착수했다. 이번 신규 발주에서도 한화세미텍이 추가 수주에 성공할 가능성도 나온다. SK하이닉스가 다양한 파트너를 모색하면서 한미반도체 중심의 기존 공급 체계는 균열 조짐을 보인다.
그동안 SK하이닉스는 사실상 한미반도체로부터 HBM용 TC본더를 독점 공급받아 왔다. 그러나 한화세미텍이 새로운 협력사로 부상하면서 양사 간 8년간 이어진 'HBM 동맹'에 금이 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미반도체 초강경 대응에 나섰다. 8년간 동결해 온 TC본더 장비 가격을 28% 인상하고, 무상으로 제공하던 고객지원(CS) 서비스를 중단했다. 더 나아가 SK하이닉스 이천공장에 파견했던 현장 엔지니어를 전원 철수시켰다.
동시에 해외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미국 마이크론을 새 고객사로 확보해 해외 매출 비중을 90%까지 끌어올렸다.
삼성전자와의 관계 복원 가능성도 제기된다. 과거 특허 분쟁으로 10년 넘게 거래가 끊겼던 양사는 최근 삼성전기 등 일부 계열사에 장비 납품을 재개했다. 업계에서는 "삼성과의 협력이 본격화하면 한미반도체가 SK하이닉스 중심의 기존 구도에서 벗어나 새로운 HBM 동맹을 형성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다만 SK하이닉스는 여전히 주요 제품군에서는 여전히 한미반도체 장비를 사용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거래선 조정이 아니라 국내 반도체 장비 생태계 전반의 '판짜기'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 간 '1:1 독점 구조'가 깨지면서 갑을 관계가 완화되고, 장비 공급망 유연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향후 글로벌 메모리 시장 경쟁에서도 국내 기업들의 리스크 관리 능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분석도 나온다.
다만 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가 극적으로 화해할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각 사의 이해관계와 글로벌 시장 환경 변화를 고려할 때, 새로운 동맹 구도가 자리 잡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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