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골 공약이 있다. 바로 '코스피 5000'이다.
과거에도 주가지수 목표를 외쳤던 정치인들은 많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임기 내 코스피 5000 돌파를 약속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코스피 3000 시대를 열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국내 경제 구조적 취약성, 코리아 디스카운트, 그리고 불공정 거래로 인한 시장 신뢰 붕괴까지 겹치며 공약은 힘없이 무너졌다.
코스피 5000은 단순한 셈법으로는 현재 지수 대비 2배 가까운 상승을 의미하며, 이는 국내 상장 기업들의 가치가 두 배 성장해야 가능한 일이다. 상장 기업의 실적 개선,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 글로벌 자본 유치라는 단단한 토대 없이는 이루기 힘든 '이상'이다. 최근 정치권에서 상법 개정을 통한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하자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는 자본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지만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후보가 주최한 자본시장 간담회에 참석한 한 리서치센터장은 "이 후보가 시장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있다는 인상은 받았지만, 그 자리 자체가 깊이 있는 논의가 이어질 수 있는 자리는 아니었고 정치인의 의지를 쇼잉(보여주기)하기 위한 자리였다"고 소회를 전했다. 상법 개정과 지배구조 개선을 강조하는 문제의식은 긍정적이지만, 형식상의 한계로 구체적 청사진까지는 제시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몇 년간 국내 주식시장에서 벌어진 사건들은 시장의 취약한 체질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주가 조작, 불공정 거래, 테마주 광풍 등은 시장에 대한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 투자자 보호를 내세운 다양한 공약이 쏟아지고 있지만, 단순한 표심 공략을 넘어 신뢰 회복이라는 근본적 문제에 답해야 할 때다. 상법 개정 역시 지배주주 중심의 왜곡된 이사회를 바로잡고, 시장 신뢰를 높이는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 다만 법 개정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코로나19 이후 개인 투자자가 시장의 주축으로 떠오른 것도 과거와 달라진 부분이다. 1000만 명이 넘는 개인 투자자이자 유권자들은 이제 단순한 소수 참여자가 아니라 시장 방향을 좌우하는 큰 축이 됐다. 그렇기에 자본시장 공약은 과거처럼 단순한 '구호'로 소비되면 안 된다. '코스피 목표치'는 대선 후보의 공약이 아니라, 건강한 시장이 만들어내는 자연스러운 결과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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