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층에서 떨어진 사람과 10층에서 떨어진 사람 중에 누가 더 크게 다치겠는가? 당연히 10층에서 떨어진 사람이 더 크게 다친다. 이것은 당연한 물리 법칙이다. 그런데 사람 사는 인생에서도 이 법칙은 똑같은 적용된다. 큰 부자일수록 가난해지면 더 고통 받게 되고, 선량하다고 믿었던 사람의 비리가 밝혀지면 대중은 더 크게 분노하게 된다. 높은 곳일수록 떨어질 때 충격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탈무드에서는 '바닥에 엎드려 있으면 넘어질 일이 없다. 마찬가지로 너무 높이 오르지 않으면, 높은 곳에서 떨어질 일도 없다.'고 했다.
더본코리아 백종원 대표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발단은 금년 초에 백대표가 빽햄의 할인율을 부풀려 보이게 하는 유튜브 방송을 하면서 시작되었다. 이어서 빽햄의 돼지고기 함량이 도마에 오르고, 과일맥주의 함량 논란, 지역축제의 위생관리 논란, 원산지 표기 논란 등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2019년의 '못난이 감자'사건을 돌이켜 보자. 당시 감자 값이 폭락해서 농가는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런 고통스런 상황에서도 못난이 감자는 상품성이 없어서 버려야 하는 기가 막힌 상황이었다. 방송에 출연한 백대표는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렸고, 정부회장은 '제값 받고 팔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고 화답했다. 이 사연이 알려지자, 소비자들은 기쁜 마음으로 마트를 찾았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 가슴 따뜻한 사람들이 많았고, 30톤 물량의 못난이 감자는 단 이틀 만에 다 팔렸다. 이 사건은 '우리 사회는 얼마든지 위기에 빠진 이웃을 도울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하는 사건이었다. 그리고 이 사건에서 백대표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지금까지 대중들은 백대표를 선한 사람으로 인식했다. 못난이 감자사건이나, 골목식당에서 자신의 노우하우를 전수해 주는 모습은 분명 선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백대표가 할인율을 부풀려 보이게 하려는 모습을 보인 순간, 선한 이미지는 위선적인 이미지로 바뀌었다. 그리고 선한 이미지가 컸던 만큼, 실망과 분노도 컸다. 너무 높은 곳에서 콘크리트 바닥으로 떨어진 셈이다.
백대표가 여러 차례 사과를 했지만, 비난의 불길은 사그라들지 않는다. 백대표는 3개월만 기다려 달라고 한다. 그러나 과연 대중의 분노를 3개월만에 가라앉히는 것이 가능할까?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더본코리아가 백종원 대표의 선한 이미지에 많이 의존한 브랜드라는 것을 생각하면, 해결방법은 한 가지 뿐이다. 처음으로 되돌아가서 다시 선행을 차곡차곡 쌓는 것이다. 다만 이번에는 떠들썩하게 선행을 광고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그러한 행동은 다시 10층으로 올라가는 꼴 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1년이 되든, 2년이 되든, 10층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바닥에서 꾸준히 선행을 쌓고, 이런 선한 영향력이 조금씩 대중들의 마음을 녹여나갈 때, 이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성경 말씀에 '오른 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씀이 있다. 이 말은 위선적인 선행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 어쩌면 이 말 속에는 '선행을 여기저기 알려서, 10층까지 올라가려고 하는 것은 지극히 위험하다.'는 것을 경고하는 가르침이 숨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오른손이 한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는 것은 스스로를 지키는 방어수단인 것이다.
김준형 칼럼니스트(우리마음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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