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4.5일제·한미 관세협상·부동산 등 다양한 질문에 모두 대답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한 달을 맞은 3일 첫 기자회견을 열었다. 통상적으로 취임 100일쯤 지나야 첫 기자회견을 하던 전임 대통령들과 달리, 이 대통령은 아주 이례적으로 빠르게 기자들을 만난 셈이다.
타운홀 형식으로 열린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은 민감한 질문엔 "(추가 질문을) 안 받을 걸 그랬네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라는 농담을 건네며 막힘없이 답을 했다.
이날 회견에선 사전 질문 조율도 없었고, 자리도 '사다리타기'로 정해서 임의로 배정받았다. 질문자를 미리 정해놓지도 않았다. 말 그대로 '생(生)라이브' 기자회견이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통령의 30일-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라는 제목으로 오전 10시부터 낮 12시까지 2시간 가량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이 대통령에게 들어간 질문은 총 15개였다. 취임 한 달 소감, 검찰개혁 시한, 한미 정상회담, 주 4.5일제, 한미 관세협상, 차별금지법, 한일관계, 의료대란 및 의정갈등, 부동산 정책, 지방균형 발전 등 다양하고도 민감한 질문들이었다.
이 대통령은 의정갈등 질문에는 "제가 취임하면서 여러가지 국가 현안에 대해 미리 고심을 안 할 수가 없지 않겠나. 그중에 제일 자신 없는 분야가 바로 의료사태였다"고 솔직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정부가 바뀌면서 (의료계의) 불신 같은 게 좀 완화된 것 같다"며 "이번 2학기에 복귀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겠다. 국가적 손실이 매우 크니 빠른 시간 내 대화하고 솔직한 토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회의 통과를 목전에 두고 있는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의 민생회복지원금과 관련해서는 "재정을 투입했을 때 소비 승수 효과가 높고, 골목상권 등 지방 경제에 체감되는 효과가 있었다는 정부연구기관의 조사가 있다"면서 "또 한 측면에서 보면 소비진작에 더해 소득지원 효과도 있다. 서민들이 요즘 너무 먹고살기 어렵잖나"라고 대답했다.
다만 "경제가 좋아질 거라고 믿으면 소비가 좀 늘어나고, 여기에 약간의 마중물을 부어주면 선순환이 시작될 것"이라며 "다시 이걸 억지로 해야 되는 상황을 안 만드는 것이 정부가 해야 될 일이다. 일단은 (또 한번 민생회복지원금을) 추가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또 외신기자에게서 대미(對美) 관세협상 질문이 나오자 "분명히 물어볼 텐데 뭐라고 대답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 "관세 협상이 매우 쉽지 않은 건 분명하다"고 대답했다. 이어 "그렇다고 해서 7월8일까지 끝낼 수 있는지도 확언하기 어렵다"며 "쌍방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데, 아직까지도 쌍방이 정확히 뭘 원하는지가 명확하게 정리되지는 못한 상태"라고 상황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의 주요 공약인 '주 4.5일제'를 언제쯤 시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이 대통령은 "우리 사회가 앞으로 노동시간 단축을 반드시 해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강제로 법을 통해 일정 시점에 시행할 것이라 오해하는 분도 있는데, 그렇게 하면 갈등·대립이 더 심해서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자신이 공장에 다니던 시절 하루도 못 쉬었던 시대에서 현재 주5일제가 정착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언급하며 "결국은 이런 식(점진적으로)으로 가야되지 않을까 싶다. 가능하면 빨리하고 싶지만, 시점은 특정하기 어렵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지역균형 발전을 언급하면서 "(수도권에) 새로운 신도시를 만들 것이냐가 논쟁거리다. 집이 부족하니 그린벨트를 해소해서라도 신도시를 만들어서 (주택을) 공급해야 된다는 주장이 있고, 지방 입장에선 '수도권 집중이 문제돼서 주택 문제가 생기는데 또 신도시를 만들면 수도권 집중을 심화하는 것 아니냐'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미 (신도시를 조성)하기로 한 것은 바꿀 수 없다. 추가로 (신도시를) 새로 만들지는 지방균형 발전, 우리 대한민국의 지속적인 성장 발전 전략이라는 면에서 한번 검토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데 기자회견 말미에 해당 발언이 '신도시를 더 만들지 않겠다'로 해석돼, 시장에 '주택 공급이 부족해질 것'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취재진의 지적에 "기존에 계획된 신도시는 그대로 해야 한다. 대신 속도를 빨리 할 생각"이라면서도 "이번 대출 규제는 '맛보기'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는 취재진 사이에서 '작심 발언'으로 꼽혔는데, 최근 강력한 대출 규제를 내놓았음에도 투기 수요를 잠재울 대책이 더 마련돼 있다는 의미라서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은 '약속대련'이 아니라는 점을 보이기 위해 첫 질문자만 대통령실 출입기자단 총괄간사로 정해졌고, 두 번째 질문자부터는 이 대통령이 손을 든 기자들 중 무작위로 지목했다. 이어, 사전에 취합한 기자들의 명함을 간사들이 뽑아 질문자를 정하는 등 사전에 약속된 질문이나 질문자는 없었다. 대신 이 대통령은 전날 참모들과 예상질문을 선정해 토론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질문자가 추첨될 때 "(이런 게 아니라) 로또가 돼야 하는데", "뽑히면 상금 주고 그래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가벼운 농담으로 분위기를 풀었다. 외신기자의 질문엔 "(영어로 말하는 게) 너무 빨라서 못 알아듣겠어요"하며 웃음을 짓기도 했다.
다만 이 대통령의 답변이 길다는 '안타까움' 섞인 지적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제 (참모들과 준비할 때는) 길게 답변하지 않기로 했는데 약속을 어기셔서 제가 항의했다"면서 "예를 들지 않기로 했는데 왜 자꾸 사례를 들으셔서 답변을 하셨냐는 작은 항의도 했다"고 농담 섞인 후기를 전했다.
우 수석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좀 길었죠. 답변이"라며 "좀 더 상세하게 국민에게 설명하고 싶었다. (사례를 안 들려고 했는데) 마음대로 안 되더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은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이 대통령이 최대한 국민들과 직접 소통하기 위해 노력했고, 최선을 다해 답변을 했다고 평가했다. 우 수석은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 후) 좋으셨던 것 같다. 밝은 표정으로 (비교섭단체 지도부와의) 오찬장에 오셨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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