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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없으면 과제도 없다”…정부 R&D 개편에 초기 스타트업 퇴출 위기

/뉴시스

정부가 2025년부터 연구개발(R&D) 지원 체계를 전면 개편하면서, 기술력 중심의 초기 스타트업들이 지원제도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정부는 '성과 중심' 개편을 통해 민간 검증을 거친 기업을 선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선 "시장에 나가기도 전에 탈락하는 역전 현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5월 발표한 '2025년도 기술개발사업 통합 공고'를 통해 다수의 신규 과제에 민간 투자 유치 또는 수요기업의 확약서를 필수 요건으로 포함시켰다. 일부 사업은 아예 투자운용사 또는 구매처의 확약서를 제출해야만 신청이 가능하다. 사실상 일정 수준의 시장성과 투자 실적을 확보한 기업만이 지원 테이블에 앉을 수 있는 구조다.

 

문제는 이 같은 '사전 검증 기반'이 기술 검증 단계의 스타트업에게는 제도 진입 자체를 차단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바이오, 기초소재, 우주항공, 인공지능(AI) 등 고위험·장기개발 기술은 상용화까지 수년이 걸리며, 민간 투자 유치 자체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동안 정부 R&D 자금이 이들 기업의 첫 번째 성장 자금으로 작용해왔지만, 현재는 "투자를 받은 이후에야 접근 가능한 보조금"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시리즈A 투자유치를 이끌어낸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검증되지 않은 원천기술을 실험하고 있는데, 그간 투자 유치 실적이 없다는 이유로 과제 문턱조차 넘지 못했었다"며 "기술기반 기업에게 기회의 장이었던 정부 과제가 이제는 외형 평가 잣대가 됐다"고 지적했다.

 

실제 과제 공고 다수는 기술 완성도나 개발 필요성보다 '시장성 확보 여부'에 평가 비중을 더 두고 있다. 투자 유치 이력이 없는 기업은 구조적으로 배제되는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정부 R&D 예산이 점차 '고도화된 투자 매칭 기금'처럼 변질되고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는 이번 개편이 예산의 효율성과 성과 환수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심재윤 중소벤처기업부 기술정책과장은 "국가 R&D 재원의 선순환을 위해 일정 수준의 시장성과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기업에 집중하고자 한다"며 "무분별한 직접지원보다는 성장을 가시화할 수 있는 구조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는 이러한 원칙이 '형평성과 공공성'을 저해한다고 지적한다. 초기 기술기업이 민간 검증 없이도 진입할 수 있도록 여지를 두지 않는다면, 기술력만으로 도전하는 스타트업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는 것이다.

 

한국중소기업발전협회 이병무 전무는 "기술역량만으로 과제를 따는 길이 원천적으로 막히면, 정부 R&D는 '투자받은 기업만 받는 보조금'으로 전락할 수 있다"며 "시장성 이전 단계의 기술 기업을 포괄할 수 있는 별도 평가 체계나 예외 트랙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현재 2025년 하반기부터 초기 기술기업을 위한 '기술역량 중심 트랙'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단순한 트랙 추가만으로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책 기조가 '민간 책임 확대'로만 흘러선 안 된다는 경고다.

 

민간투자 연계형 구조의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투자 유치를 요구하는 평가 방식에 유연성을 부여하고, 개발 단계별로 맞춤형 조건을 제시하는 정교한 제도 설계가 함께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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