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디지털교과서 법적 지위 변경을 둘러싼 갈등이 증폭되면서, 2조 원 규모의 AI 교육 정책이 국회 문턱에서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정부의 AI 디지털교과서 정책은 시행 6개월 만에 국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디지털교과서를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국회 교육위원회가 통과시키자 ' 교과서 발행사와 에듀테크 기업, 교사, 학부모 단체까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며 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는 'AI 디지털교과서 격하 반대' 집회가 열렸다. 현장에는 천재교육, 비상교육 등 교과서 발행사와 기술 개발사, 학교 관계자, 장애아동 교육 관계자, 학부모 등 5,000여 명(주최 측 추산)이 참석해 "정치 논리에 미래 교육을 내맡길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논란의 핵심은 정부가 추진 중인 AI 디지털교과서 사업이 법적 지위를 잃고, 단순 보조 자료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교육부는 지난 3월부터 초등학교 6학년 수학·과학, 중학교 1학년 영어·과학 과목에 AI 기반 디지털교과서를 시범 도입했고, 올해부터 전면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최근 국회에 상정된 법 개정안은 디지털교과서를 '필수 사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정책 방향이 크게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AI 디지털교과서는 텍스트 중심의 기존 교과서와 달리 음성 안내, 3D 영상, 퀴즈 피드백, 상호작용 기반 학습 기능 등을 제공한다. 발달장애 아동이나 다문화 가정 학생 등 학습 접근성이 낮은 계층에게는 중요한 보조 학습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박정과 천재교과서 대표는 이날 집회에서 "수천억 원의 민간 투자가 집약된 기술 기반 교육 인프라가 법 개정 하나로 무력화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시범 도입 이후 학생과 교사들의 긍정적인 반응이 있었던 만큼, 충분한 검증과 논의 없이 정책을 되돌리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디지털교과서 개발에는 금성출판사, YBM, 천재교육 등 전통 교과서 기업뿐 아니라 다수의 에듀테크 기업들이 참여해왔다. AI 추천 알고리즘, 학습 진단 시스템, 콘텐츠 설계 등 민간 기술력이 폭넓게 반영된 만큼, 법적 지위 변경이 미치는 파장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허보욱 비상교육 콘텐츠컴퍼니 대표는 "3년간 정부 정책에 맞춰 개발에 전념해왔고, AIDT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교사와 학생을 연결하는 수업 도구"라며 "교실 밖으로 밀려났던 학생들을 다시 교과서 앞으로 데려온 플랫폼을 법적으로 밀어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디지털교과서를 다시 1년간 시범 운영하고, 민관정 협의체를 구성해 정책 효과를 평가하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일부 참석자들은 "AI 강국을 외치는 정부가 왜 교육에서만 AI를 퇴보시키느냐"는 구호를 외치며 1시간 넘게 국회 앞을 지켰다.
정치권 안팎에서도 관련 개정안을 둘러싼 논의가 예고된 가운데, 교육계는 이번 사안을 단순 기술 논쟁이 아닌 '교육의 형평성과 미래 전략'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는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교육부 관계자는 "현장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정책 방향을 최종 확정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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