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 대통령 관저 공사를 맡아준 대가로 영빈관 신축 수주를 약속받았다는 의혹에 이어 가덕도 신공항 부지조성공사 특혜 논란까지 겹치며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정치적 의혹과 현장 논란이 동시에 불거지며 건설업계 1위사의 신뢰가 흔들린다는 지적이다.
현대건설은 20일 영빈관 수주 의혹에 대해 "경호처 요청으로 조감도를 제출한 것은 사실이지만 관저 공사 대가로 영빈관이나 가덕도 신공항 수주 특혜를 받았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현대건설은 2022년 대통령경호처에 새 영빈관 조감도를 제출하고 기초 설계작업까지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4월 총선 후 여소야대 정국 속에서 해당 사업은 중단됐다.
관저 내 설치된 스크린골프장 공사비 약 2억원의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점도 의혹을 키우는 대목이다. 현대건설이 영빈관 신축 수주를 대가로 비용을 떠안았다면 뇌물공여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관저 공사 대가성 논란은 가덕도 신공항과도 연결된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4차례 유찰 끝에 수의계약 방식으로 가덕도 신공항 부지조성공사를 따냈지만 불과 6개월 만에 기본설계에서 공사 기간을 108개월로 늘려달라는 요구를 하며 사실상 철수했다.
가덕도허브공항시민추진단은 지난달 성명을 내고 "현대건설의 단독 응찰 배경과 계약조건 파기 과정은 정경유착 게이트"라며 전면 수사를 촉구했다.
정치권에서도 의혹은 제기됐다. 최인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7일 SNS에 "윤석열의 탄핵 선고 직후 현대건설이 사실상 신공항 사업을 포기하는 108개월짜리 설계를 발표했다"며 "관저 공사와 신공항 특혜 수주의 연관성을 끊고 특검 수사를 피하려는 고의적 포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달 4일 김정호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김건희 특검팀에 직접 수사 요청서를 전달하며 철저한 조사를 거듭 촉구했다.
현대건설은 이에 대해 "108개월 설계 요구는 기본계획의 오류를 바로잡은 책임 있는 설계였음에도 특혜 의혹과 사익 추구라는 비난에 직면했다"며 "국책사업 지연을 의도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돼 더 이상 참여를 지속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민단체에서 제기하는 건 단순한 의혹일 뿐 사실관계와 무관하다"며 "공사를 해야 특혜가 성립되는데 사업을 포기한 상황에서 이런 주장은 성립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대건설은 최근 현장 곳곳에서도 신뢰 논란에 직면하고 있다. 재건축 현장에서는 하자 논란이, 공공 인프라에서는 안전사고가, 정비사업에선 입찰 자격 문제가 잇달아 불거졌다.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옛 둔촌주공 재건축)에서는 입주 8개월 만에 복도 벽에서 균열이 발견됐다. 현대건설은 "수축 차이에 따른 실금일 뿐 구조체 결함은 아니며 보수는 이미 완료했다"고 설명했지만 공용부 하자라는 점에서 입주민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경기 오산에서는 현대건설이 시공해 오산시에 기부채납한 고가도로 옹벽이 지난달 16일 붕괴했다. 지나가던 차량이 매몰돼 운전자가 숨졌으며 경찰은 현대건설 본사와 관계 기관을 압수수색하며 원인 규명에 착수했다.
압구정3구역에서는 현대건설이 일부 토지 지분을 보유한 사실이 알려지며 시공사 입찰 자격 논란도 불거졌다. 이에 일부 조합원은 입찰 배제를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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