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수도권 주택 매입에 사실상 '실거주 의무'가 처음 도입됐다. 정부가 서울 전역과 경기·인천 주요 지역을 외국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면서 내국인과의 규제 형평성 논란을 해소하려는 조치다. 다만 시장 안정 효과를 두고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평가가 엇갈린다.
국토교통부는 21일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서울 전역과 인천 7개 구, 경기 23개 시·군을 외국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효력은 오는 26일부터 내년 8월 25일까지 1년간 유지되며, 시장 상황에 따라 연장도 검토될 수 있다.
허가구역 내에서 외국인이 주택을 매수하려면 계약 전 해당 시·군·구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취득 후에는 4개월 내 입주해 2년간 실거주해야 하며 이를 어기면 지자체가 3개월 이내 이행명령을 내리고 불이행 시 취득가액의 10% 이내에서 이행강제금이 반복 부과된다.
필요시 허가취소까지 가능하다. 또한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의무가 강화돼 해외자금 출처, 비자 유형 등을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 국토부는 불법 해외자금 반입, 편법 증여 등 위법 의심 거래는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국세청을 통해 해외 당국에 통보하기로 했다.
외국인의 수도권 주택거래는 2022년 4568건에서 2023년 6363건, 2024년 7296건으로 증가하며 연평균 26% 이상 늘었다. 올해 들어서도 7월까지 4431건이 이뤄졌다. 지역별로는 경기가 2815건(62%)으로 가장 많고, 서울 840건(18%), 인천 776건(20%) 순이었다.
국적별로는 중국인이 73%, 미국인이 14%를 차지했으며, 주택 유형은 아파트가 59%, 다세대주택이 33%였다. 국토부는 특히 비거주 외국인이 위탁관리인을 지정해 매입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투기적 거래 우려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위탁관리인 거래는 2024년 295건에서 올해 들어 7월까지 497건으로 급증했는데, 이 중 미국인이 63.5%, 중국인이 22.1%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를 두고 '형평성 제고'와 '실효성 한계'라는 엇갈린 해석을 내놨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그간 내국인에게는 대출·세제 규제가 적용됐지만 외국인은 상대적으로 매입 허들이 낮았다"며 "실거주 의무와 자금조달 검증 강화로 세금 탈루나 편법 증여 등 투기 수요를 줄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함 랩장은 "외국인의 업무·비즈니스 관련 부동산 매입은 규제 대상이 아니어서 산업에 미치는 역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실거주 확인과 투기수요 배제가 핵심 취지지만 사실상 아파트와 동일한 주거용 오피스텔이 빠진 점은 아쉽다"며 "외국인 주택 매입 비중 자체가 크지 않은 만큼 시장 안정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향후에는 부동산 소유권 영구취득 등 국가 간 상호주의 문제까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토부는 외국인 거래에 대한 상시조사와 현장점검을 강화하고 위법이 드러나면 허가 취소까지 검토할 계획이다. 이상경 국토부 제2차관은 "해외자금 유입을 통한 외국인 투기 거래를 차단하고 집값 안정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전지원기자 jjw13@metroseoul.co.kr
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