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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기자수첩]검토만 있고 결단은 없다

KDDX는 여전히 검토만 무성하다. 그 사이 해군의 전력은 줄어들고, 협력사는 쓰러지고 있다. 결단 없는 시간은 곧 안보 공백으로 직결된다.

 

차기 한국형 구축함(KDDX) 사업이 또다시 발목이 잡혔다. 지난 2023년 12월 기본설계가 끝난 뒤로 1년 9개월, 이번에도 방위사업기획관리분과위원회 안건에서 빠졌다. 해군의 차세대 전력 핵심인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가 민간위원과 방사청의 시각차에 가로막혀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지연의 대가다. 광개토대왕급 구축함은 2028~2030년 설계수명을 다한다. 같은 시기 호위함과 초계함도 줄줄이 퇴역해 최소 6척 이상이 전력에서 빠진다. 신규 전력이 제때 채워지지 않으면 서·남·동해 어느 한쪽에서도 '최소 대응'조차 담보할 수 없다. 구축함은 원해 작전과 다층 방어 체계의 핵심이다. 이 공백은 곧바로 해상 통제력 약화로 직결된다.

 

해외 주요국은 지연의 대가를 몸소 치렀다. 영국은 Type 45 구축함이 늦어지자 노후 전력을 울며 겨자 먹기로 연장 운용했다. 미국은 줌월트급 차질을 메우려 알레이버크급을 추가 건조했고, 호주는 호바트급이 지연되자 애들레이드급 호위함을 개량해 긴급 투입했다. 결국 대안 없는 지연은 전력 약화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국내 업계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기본설계를 맡았던 HD현대중공업은 사업 장기화로 협력사들의 생존까지 위협받는 상황이다. "빠른 결단 없이는 내년으로 미뤄질 수밖에 없다"는 업계의 우려가 단순한 푸념이 아닌 현실적 위기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방사청과 민간위원들은 여전히 '수의계약이냐 경쟁입찰이냐'라는 절차 논쟁 속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명분과 형식 논쟁에 매달린 사이, 정작 해군의 시계는 멈추지 않고 흘러가고 있다.

 

KDDX는 단순히 배 한 척의 문제가 아니다. 해상 전력, 방산 생태계, 동맹과의 작전 공조까지 걸려 있다. 하지만 현재의 논의는 "상생협력 방안 추가 검토"라는 말로 미뤄지고 있을 뿐이다.

 

방사청과 민간위원들은 끝없는 검토에만 매달리며 결단을 미루고 있지만 KDDX는 더 이상 탁상에서 시간을 흘려보낼 사안이 아니다. 그 사이 해군 전력은 빠르게 줄어들고, 협력업체는 버티기 힘들어지며, 국가 경쟁력은 잠식된다. 오늘의 무책임한 지연이 곧 내일의 안보 공백과 방산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더 늦기 전에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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