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보문관광단지가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대대적인 조성계획 변경에 나섰다. 그러나 경북문화관광공사가 내세운 '노후 단지 활성화와 민간 투자 유치'라는 명분과 달리, 토지이용계획 변경으로 발생할 개발이익 환수 장치가 부재해 민간 특혜만 보장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보문관광단지는 1974년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차관을 들여 국가 차원에서 추진된 국내 1호 관광단지다. 당시 최빈국 수준의 한국이 국가 역량을 집중해 만든 만큼, 공익성을 최우선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하지만 이번 용도변경 과정에서는 공익성은 뒤로 밀리고 민간 기업의 이익만 부각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공사는 심사 항목에 '공공기여 방안'을 포함하고 배점도 30점으로 책정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실제 심사 기준은 '관광단지 활성화 기여', '지역 친화 계획' 등 구체성이 부족한 문구에 그쳤다. 투입 자금과 토지 가치 상승분의 연계성, 실현 가능성 등을 따질 객관적 검증 장치가 없어 심사위원의 자의적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투명성 문제도 불거졌다. 공사는 투자 기업이 제출한 공공기여 규모를 공개해 달라는 요청에 "비밀 유지 사항"이라며 거부했다. 반면 외부에는 "수천억 투자, 수백 개 일자리 창출"이라는 장밋빛 전망만 내세워 성과는 과장하고 부담은 숨겼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특정 기업에 혜택이 집중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공공기여 규모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전문가들 역시 "관광진흥법에 직접 규정이 없더라도 개발이익 환수에 준하는 기준을 마련할 수 있었고, 이를 수치로 산정·검증했다면 논란은 막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공사는 이러한 최소한의 장치조차 마련하지 않았다.
공사 측은 "보문관광단지의 새로운 50년을 준비하기 위해 시설지구 용도변경과 투자유치를 추진하는 것"이라며 "규제보다는 기업의 적극적 투자를 이끌어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며, 이는 곧 지역 경제 활성화와 APEC 정상회의 개최지로서 경주의 위상을 높이는 길"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민들은 "보문관광단지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고려한다면 공공 환수 장치를 전제로 한 사업 추진이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공공성은 사라지고 민간 특혜만 남는 '특혜 재생'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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