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가 우는가 했더니 추석이 코앞이다. 매미가 여름의 대표 주자라면 귀뚜라미는 뭐니 뭐니해도 가을의 전령사다. 고려 때 저술된'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 보면 궁녀들이 궁궐 안에서 귀뚜라미를 키웠다는 내용인데. 궁밖 출입이 자유롭지 못했던 궁녀들이 어릴 적 고향 집에서 듣던 귀뚜라미 소리를 들으며 향수를 달래곤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가, 누군가는 귀뚜라미를 '소울 곤충'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작은 벌레여도 해충이 많은데 귀뚜라미는 인간에게 위협은 커녕 오히려 수심을 달래주고 위안과 안심을 선사하는 것이다. 올 추석은 예상하는 바와 같이 황금연휴 중에서도 최상이다. 열흘에 달하는 기간이 연휴가 되니 말 그대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라는 외침이 절로 나올 것만 같다.
한편으로는 직장인들이야 연휴가 길어도 유급휴가이니 충전의 시간일 수도 있으나 자영업자들은 그 기간 수익이 줄 수밖에 없고, 연휴가 길다고 임대료를 깎아주는 것도 아닐 테니 가뜩이나 경기가 좋지 않은 터에다 근심이다. 그래도 추석은 좋다. 추수가 웬만큼 진행된 들녘의 풍광도 따사하고 햇사과며 햅쌀로 가게마다 풍성하니 먹지 않고 바라만 보아도 마음이 넉넉해진다. 아침저녁으로 몸에 착 달라붙는 선선함도 더할 나위 없이 쾌적한데, 한낮의 따끈함은 인디언 썸머의 호사를 누리게 한다. 점점 명절차례를 지내는 집도 줄어들고 있지만, 고향의 부모님을 찾아뵙는 일은 빼놓을 수 없다. 가장 여여적적(如如適適)한 때 형제 가족들이 오랜만에 모여 앉아 약주들을 하며 회포를 풀다가 신문이나 뉴스의 한 면을 얘기하는 일도 단골 뉴스이다. 자식이 부모를 찾지 않아 상심하여 일어나는 불상사도 올해엔 보이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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