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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빗속의 생존, 이제 본령을 증명할 때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지난 24일 저녁. 고단한 하루를 마친 금융감독원 직원들이 퇴근길을 돌려 국회 앞으로 향했다. 우비와 플래카드 위로 굵은 빗방울이 떨어졌지만 "금소원 분리 결사반대", "금융소비자 보호하자"라는 구호는 멈추지 않았다. 단순한 조직 보전이 아니라, '분리'가 소비자보호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절박함이었다.

 

결과적으로 그 외침은 정치권을 움직였다. 민주당과 정부가 추진하던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통합감독기구를 지키려는 금감원의 논리가 받아들여졌고, 조직 해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 하지만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곧 정당성의 증거가 될 수는 없다. 이제 금감원 스스로 바뀌어야 한다.

 

이찬진 원장은 곧바로 '금융소비자보호 중심'이라는 대대적 쇄신안을 꺼내 들었다. 민원부터 검사, 상품심사까지 한 줄로 묶는 '원스톱 체계' 조직개편, 경영진이 직접 현장을 듣는 '민원상담 데이' 운영, 외부 의견을 반영하는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도 원장 직속으로 신설된다. 시민들이 "금감원이 '진짜' 달라졌다"고 체감할 수 있도록 선보인 장치들이다. 이렇게 금감원이 소비자보호를 가치로 삼겠다는 의지와 행동은 분명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금융 감독'의 본령을 잃지 말아야 한다. 금융감독의 최우선 임무는 금융시장의 건전성 유지와 시스템 리스크 차단이다. 허술한 인허가와 규제 완화가 어떤 재앙을 불렀는지 우리는 저축은행 사태와 사모펀드 부실을 통해 뼈저리게 경험했다. 말단 현장의 소비자보호가 강화돼도 건전성 관리가 흔들리면 결국 더 큰 피해자가 생긴다.

 

이번 사태는 정치의 입김과 관료적 이해가 금융감독 기구의 독립성을 흔들 수 있다는 구조적 한계도 드러냈다. 일부 전문가들은 금감원의 감독 기능이 정치적 압력에서 자유로워야 한다며 감독정책을 일정 부분 공적 민간기구에 맡기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처럼 금감위도 금감원 내부 위원회로 두어 독립성을 확보하자는 뜻에서 나온 아이디어다. 국회가 특별법으로 민간기구에도 일정한 공권력을 부여해 책임성과 투명성을 담보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감독의 독립성과 책임'을 함께 강화하자는 문제의식은 귀담아들을 만하다.

 

비 오는 날 거리로 나섰던 금감원 직원들이 외친 목소리는 단순한 생존 투쟁이 아니었음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감독 현장에서 그날의 다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제 금감원은 스스로를 구한 이유를 증명할 차례다. 소비자보호라는 약속에 안주하지 말고, 건전성과 독립성까지 끌어안아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다음 정치적 흔들림에도 흔들리지 않는 감독기관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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