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와 안정의 상징 '신영증권', 금투협회장 도전
자사주 53% 보유, 3차 상업 개정안 앞두고 긴장
홈플러스 ABSTB 사태 장기화...변화·혁신 시험대
54년 연속 흑자를 지켜낸 신영증권의 핵심 축, 황성엽 대표가 조용한 관망을 넘어 업계 전면으로 나서고 있다. '보수와 안정'이라는 그간의 경영 코드 속에서 금융투자협회장 출마는 새로운 시험대다.
지난달 5일 황 대표는 제7대 금융투자협회장 선거에 공식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출마의 변'에서 스스로를 "대형사와 중소형사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왔던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회원사의 목소리를 담고 조율할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직접 뛰며 회원사들과 길을 찾겠다는 긍정적인 의미다.
황 대표는 1987년 입사 이후 38년간 회사를 떠나지 않았다. 여의도에서는 보기 드문 '원클럽맨'인 것이다. 한 길을 걸어온 '보수의 표상'이라는 점이 신영증권의 철학과는 걸맞지만 새로운 목소리를 반영하는 데는 다소 제약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남긴다.
신영증권은 안정적인 내부 결속을 유지해 왔지만, 외부와의 교류나 개방성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신영증권의 자기주식은 872만9975주로, 보유 비율은 53.1%에 달한다. 이는 시가총액 1조원 이상 상장사 중 가장 높은 비율이며, 단 한 번도 소각을 진행한 전례가 없다. 발행주식의 절반 가량을 자사주로 보유하고 있는 만큼 '경영권 방패'로 활용한다는 논란도 꾸준했다. 의결권은 자사주를 제외한 지분율만 인정되기 때문에 신영증권 입장에서는 자사주 비중이 높을수록 경영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신영증권 오너 일가의 직접 지분율은 원국희 명예회장 10.42%, 원종석 회장 8.19%, 그 외 특수관계인이 2.03% 등으로 약 20% 수준이다.
주주환원 기조가 강해지면서 소액주주들은 신영증권에게 자사주 소각을 요구하고 있지만, 신영증권의 자사주 소각 계획은 미정이다. 주주환원 실천에 대한 의지 자체는 피력하고 있지만, 자사주 소각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은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새 정부가 3차 상법개정안에 자사주 의무 소각 등을 포함할 것으로 기대되면서 시장의 이목이 쏠린다. 금융감독원의 자기주식보고서 기재 강화 정책에 따라 지난 9월 1일 자사주 관련 내용에 대한 정정 공시를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자사주 소각에 대한 내용은 찾기 어렵다.
신영증권은 장기화되고 있는 '홈플러스 사태'와도 관련이 깊다. 신영증권은 홈플러스의 카드대금 기초 유동화증권(ABSTB·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의 발행 주관사로, 홈플러스 물품 구매 카드사로부터 인수한 카드매입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전단채 약 4000억원 어치를 발행했다. 이후 하나증권, 현대차증권, 유진투자증권 등 증권사들도 이를 인수해 전단채를 팔았다. 문제는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강등 직전까지 전단채를 발행하고, 유통했다는 것. 신용등급 강등 사실에 대한 사전 인지 여부를 두고도 공방이 이어졌다.
신영증권은 1971년 이후 54년간 단 한 번도 적자를 기록하지 않았고, 대형사 쏠림이 심화되던 와중에도 '흑자'를 지켜왔다. 위기다운 위기를 겪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이 더욱 뼈아프다. 그럼에도 금투협회장 출마를 선언한 것은 황 대표가 정면 돌파를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례적으로 쏠린 시장의 관심에 합리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지금까지 '보수의 미덕'을 증명해 온 신영증권은 내년에 창립 70주년을 맞이한다. 이 시점에서 시장은 새로운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급변하는 금융환경 속에서 안정에 머무를 것인가, 변화를 이끌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 선 셈이다. 신영증권의 54년 무결점 흑자 기록을 넘어, '혁신의 리더십'이라는 이름을 덧입힐 수 있을지 황 대표의 남은 1년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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