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식품업계의 인사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과 실적 위기로 인적 쇄신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이미 CJ그룹이 CEO 인사를 앞당기며 신호탄을 쏜 만큼 다른 기업들도 경영 리더십 재편 움직임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CJ그룹은 지난 17일 윤석환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문 대표를 CJ제일제당 CEO로, 이건일 CJ프레시웨이 대표를 CJ푸드빌 CEO로 각각 내정했다. 그룹 차원에서 CEO 인사만 선제적으로 단행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동안 CJ는 매년 말 진행하는 정기 임원 인사에서 CEO 교체, 신임 경영리더 승진, 조직 개편 등을 동시에 시행해왔다. 그러나 올해는 이를 분리해 진행하며 2026년 정기 인사부터는 계열사 주도형 인사 체계로 전환할 방침이다.
이같은 변화는 경영권 승계와 세대교체를 위한 '사전 포석'으로도 해석된다. 그룹 차원보다는 각 계열사의 독립 경영 체제를 강화하고 젊은 리더 중심의 조직으로 전환하기 위한 전략인 것이다. 임원 인사의 최대 관심사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 미래기획실장(경영리더)의 승진 여부다. 이 실장은 지난달 약 6년 만에 지주사로 복귀해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그가 이끄는 미래기획실은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 발굴과 신사업 전략 수립을 총괄하는 핵심 조직으로 중책을 맡았다. 복귀 시점이 얼마 되지 않은 만큼 당장은 조직 안착과 성과 창출에 주력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올해 인사에서 승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업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CJ그룹은 신규 경영리더 승진 중심의 후속 인사를 예고한 상태다. 실제로 CJ는 지난해에도 21명의 신임 경영리더를 신규 선임하며 '리더 육성 트랙'을 본격화한 바 있다. 현재 각 그룹은 내부적으로 인사 시점을 조율 중이며, 빠르면 이달 말부터 연말까지 순차적으로 단행할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경영 전면에 본격 등판한 오너 3~4세들의 약진도 예상된다.오뚜기 오너 3세인 함윤식 씨는 지난 4월 말 경영관리부문 차장에서 마케팅실 부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전면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2021년 사원으로 입사한 지 4년 만이다.
전략기획, 생산관리, 경영관리 등 핵심 부서를 순환하며 실무 경험을 쌓아온 만큼 내부에서는 그가 경영 전반의 흐름을 익히며 차세대 리더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경영관리에서 마케팅으로 보직을 옮긴 점은 향후 오뚜기의 브랜드 전략 및 글로벌 사업 확대 방향과 맞닿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장녀 함연지 씨는 지난해 오뚜기 아메리카에서 마케팅 업무 담당 정규 입사자로 근무하고 있다. 남편 김재우 씨도 2018년 입사 후 현재 오뚜기 아메리카에서 근무하는 등 경영 참여가 확대되고 있다.'불닭볶음면' 브랜드로 승승장구 중인 삼양라운드스퀘어의 오너 3세 전병우 전략총괄 상무는 지난해 인사에서 자리를 지켰지만, 올해는 승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전 상무는 25세였던 2019년 삼양식품 해외사업본부 부장으로 입사해 1년 만에 이사로 승진하며 임원이 됐다. 삼양식품은 올해만 여러 차례 수시 인사를 통해 공격적으로 인재를 영입했다. 삼성전자 출신 경영관리 전문가 전수홍 상무, 전략 마케팅 전문가 김선영 본부장, 그리고 지난달 글로벌 소비재 경력 25년의 김기홍 전무를 잇따라 선임했다.
농심의 오너 3세로 신동원 회장의 장남인 신상열 미래사업실장은 지난해 전무로 승진해 근무하고 있다. 웰니스·건강식품 등 신사업을 추진하고 자율복장 제도를 선도하는 등 조직문화를 젊게 만드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SPC그룹은 허영인 회장의 장남 허진수 사장과 차남 허희수 부사장의 '투톱 체제'로 차세대 경영을 이끌고 있다. 허 사장은 그룹 글로벌BU장으로 해외사업을 총괄하며 파리바게뜨·던킨·배스킨라빈스 등 브랜드의 글로벌 확장을 이끌고 있으며, 허 부사장은 신사업과 디지털 전환·해외 가맹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요 식품기업들이 지배구조 개편과 조직 효율화를 통해 차세대 경영 기반을 다지는 가운데, 올해 하반기 임원 인사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며 "연말 인사가 단순한 세대교체를 넘어 향후 10년 한국 식품산업의 권력지형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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