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말 기준 '중개형 채무조정' 누적 비동의율 67%…9달새 2.5%p↑
금융권, 건전성 이유로 '매입형 채무조정' 선호…연체 악화 부추겨
정부, 새출발기금 개선 추진…금융권에도 상생 관점에서 협조 촉구
국내 금융기관들이 '새출발기금'을 통한 금리 인하에 비협조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각 금융사가 차주에 이자 감면을 제공하는 '중개형 채무조정'보다 채권을 캠코에 직접 판매하는 '매입형 채무조정'을 선호해서다. 지난 2022년 10월 새출발기금 출범 이후 접수된 이자 감면 요구 중 10건 중 7건이 거부당했고, 거부율은 은행·저축은행·여신금융회사에서 특히 높았다.
◆ '중개형 채무조정' 비동의 67%…9개월 새 2.5%p↑
새출발기금은 지난 2022년 10월 출범한 정부의 소상공인 대상 채무조정 프로그램이다. 90일 이하 연체 차주에는 '중개형 채무조정'을 통한 금리 인하를, 90일 이상 연체 차주에는 '매입형 채무조정'을 통한 원금 감면을 제공한다. 새출발기금은 출범 당시 코로나19 피해 요건을 포함했으나,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코로나19 피해 요건을 삭제해 지원을 확대했다.
28일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새출발기금 출범 이후 올해 9월 말까지 새출발기금에 '중개형 채무조정'을 신청한 계좌 수는 47만8779건(동의회신 대상 채권 수)이다. 이 가운데 금융사가 금리 인하에 동의한 비중은 33%(15만7847건)에 그쳤고, 67%(32만932건)은 금융사가 금리 인하를 거부했다. 지난해 말의 64.5%와 비교해 2.5%포인트(p) 상승했다.
업권별로는 여신금융회사(87.2%)가 중개형 채무조정 거부율이 가장 높았고, 은행(62.5%)과 저축은행(61.2%)이 뒤를 이었다. 비영리기관인 상호금융기관(21.3%)과 담보대출 비중이 높은 보험사(3.5%), 재단·공공기관 자체대출(0.7%)에서는 거부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당초 제도 취지대로라면 연체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연체자는 '중개형 채무조정'을 통해 금리 인하 및 분할 상환을 진행하게 된다. 그러나 각 금융기관이 중개형 채무조정을 빈번하게 거부하면서, 상대적으로 연체 수준이 심각하지 않은 채무자들도 '매입형 채무조정'으로 밀려나고 있다.
◆ 금융사, '매입형 채무조정' 선호…채무자·정부 부담↑
금융사가 중개형 채무조정을 꺼리는 것은 매입형 채무조정이 회계상으로 유리해서다. 중개형 채무조정은 금리 감면이 제공되는 만큼 수익성은 낮고, 향후 연체 가능성에 따른 대손충당금도 마련해야 한다. 금융기관의 연체율도 높아진다. 반면 매입형 채무조정은 캠코가 채권을 직접 인수하는 만큼, 일부 원금을 회수하면서 건전성도 개선할 수 있다.
90일 이상의 연체자를 대상으로 하는 '매입형 채무조정'은 캠코가 각 금융사로부터 채권을 인수하고, 최대 90%의 원금 감면을 제공한다. 채무조정 시 높은 원금 감면율을 제공하는 차주에게 유리해보일 수 있다. 그러나 중개형 채무조정은 약정에 평균 76.6일이 소요된 반면, 매입형 채무조정에는 266.3일이 소요됐다. 약정이 늦어지면서 채무자의 연체 상황은 악화할 수밖에 없고, 재기 가능성도 그만큼 낮아진다. 신용 하락의 부담도 더 크다.
매입형 채무조정 시 활용되는 재원이 정부 예산으로 마련되는 만큼, 새출발기금 신청 채무가 매입형으로 몰리는 것은 정부의 입장에서도 부담이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9월 2차 추경에서도 새출발기금의 지원 확대 및 제도 지속을 위한 7000억원의 예산을 추가 편성한 바 있다.
다만 매입형 채무조정이 금융사의 이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매입형 채무조정 시 캠코가 매입하는 채권 가격은 시장 가격을 기준으로 책정되며, 대략 원금의 40% 이하에 해당하는 가격으로 알려졌다. 금융사의 입장에서도 손해를 감수하는 '상각처리'에 해당하는 것.
중개형 채무조정 전담기관인 신용회복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일부 업권에서 중개형 채무조정 참여에 소극적인 것도 어느 정도는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각 금융사가 의도적으로 새출발기금에 채무를 떠넘기거나 하는 것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신복위 차원에서도 더 많은 차주가 조속한 채무조정을 받을 수 있도록 대책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 정부, 새출발기금 개선 추진…한계도 명확
기존 새출발기금 제도가 단기 채무자의 재기 가능성을 낮춘다는 지적이 있었던 만큼, 정부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지난달 18일 새출발기금 유관기관이 참여하는 '새출발기금 간담회'를 개최하고 새출발기금의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중개형 채무조정의 절차를 단축하는 방안이 마련됐다. 기존에는 중개형 채무조정 시 비동의 채권을 캠코가 인수하고 금리 인하를 제공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됐지만, 개선안에서는 하나 이상의 채권자가 채무조정에 동의할 경우 금리를 우선 인하한 뒤 캠코가 해당 채권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또한 정부는 대부업권에도 새출발기금 참여를 촉구했다. 대부업권이 새출발기금 협약에 참여하지 않고 있어 일부 채무자가 장기 연체에도 새출발기금 이용이 어려운 만큼, 더 폭넓은 지원을 위해 대부업권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것. 대부업권은 현재 새출발기금 협약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지만, 신복위가 별도로 운영하는 채무조정 프로그램에는 참여 중이다.
다만 금융사의 '중개형 채무조정' 기피와 '매입형 채무조정' 쏠림에 대한 해결 방안은 여전히 요원하다. 올해 들어 국내 금융권에서 연체가 늘면서 건전성 우려가 제기되는 만큼, 각 금융사가 연체 부담을 감수하고 중개형 채무조정을 늘리도록 강제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개최한 새출발기금 간담회에서 "자영업자의 채무부담을 줄이고 신속히 지원하기 위한 새출발기금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했다"라면서 "협약기관들에도 상생의 관점에서 다시 한번 협조를 요청드린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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