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금융·모험자본 공급 확대…종투사 체계 완성 국면 진입
미래에셋 ‘글로벌·모험형’, 한투 ‘조달·PF 축’…전략 차 뚜렷
레버리지 300% 개방…모험자본 확대, 기회이자 리스크로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제도 도입 8년 만에 처음으로 종합투자계좌(IMA) 인가를 받게 되면서,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표방해온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체계가 사실상 완성 단계에 들어섰다. 단순 예금 대체 상품을 넘어, 레버리지 300%를 활용한 기업금융·모험자본 공급의 새 통로가 열린다는 점에서 자본시장 구조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예고한다.
◆막혀있던 기업자금 통로, IMA로 다시 열린다
1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전날 정례회의에서 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의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종투사 지정 안건을 의결했다. 지난 7월 신청 이후 약 4개월만이다. 이달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최종 의결이 이뤄지면 두 회사는 IMA 사업을 공식적으로 개시할 수 있다.
종합투자계좌는 증권사가 투자자에게 원금 지급 의무를 부담하는 대신, 고객 예탁금의 70% 이상을 기업금융 관련 자산에 투자해 초과수익을 추구하는 구조다. 예금과 유사한 원금보장 성격을 갖지만 예금자보호 대상은 아닌 '정책형 투자계좌'에 가깝다. 종투사는 발행어음과 IMA를 합쳐 자기자본의 최대 300%까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2028년까지 조달금액의 25%를 모험자본(VC·신기술조합·하이일드·코스닥벤처펀드 등)에 공급해야 한다.
이번 인가가 갖는 정책적 의의는 은행 중심의 간접금융 구조에 대한 보완재가 본격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고금리와 PF 부실 우려가 겹치면서 은행·채권시장이 보수적으로 돌아선 상황에서, IMA를 통해 조달된 장기·모험성 자금은 중소·중견기업, 구조조정 딜, 비상장·벤처투자로 흘러갈 수 있다. 동시에 부동산 PF 쏠림을 막기 위해 IMA 내 부동산 관련 자산 운용 한도가 10%로 제한돼, 기존 종투사들의 부동산 의존 모델에도 제동이 걸린다.
◆미래에셋 vs 한투…동일 출발선, 다른 전략
두 회사의 출발선은 같지만, 강점과 전략은 미묘하게 갈린다. 미래에셋증권은 3분기 말 기준 별도 자기자본이 10조4000억원, 발행어음 조달 규모는 8조3000억원으로 아직 한도 여력이 남아 있다. IMA까지 더해 300% 레버리지를 적용하면 최대 22조9000억원 규모의 자금 운용이 가능해진다. 글로벌 지분투자, 프리 IPO, 해외 대체투자 등에서 쌓아온 딜 소싱 역량과, 모험자본 카테고리 내 A등급 이하 크레딧·강소기업 VC·신기사 조합 투자 경험을 IMA에 실어 '글로벌·모험형 IMA'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는 평가다.
한국투자증권 경우는 자기자본은 10조5000억원대지만 발행어음 조달액이 이미 18조7000억원으로 기존 한도(200%)를 거의 소진했다. IMA 인가는 사실상 '두 번째 엔진'을 달아준 셈이다. 향후 12조8000억원 규모의 추가 자금 조달 여력이 생기면서, 그간 강점을 보여온 부동산 PF·인수금융·구조화금융 영역과의 결합을 통해 보다 공세적인 IB 전략을 펼 수 있다. 발행어음에서 높은 순이자마진(NIM)을 확보해온 운용역량과 리테일·법인 자금조달 채널이 IMA에서도 그대로 경쟁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레버리지 상한이 300%까지 열린 만큼, 운용 실패 시 손실은 고스란히 증권사 재무건전성과 시장 신뢰에 되돌아올 수 있다. 특히 IMA는 원금지급 의무를 전제로 하는 만큼, 내부통제와 리스크관리 수준이 곧 신용도와 직결된다.
미래에셋증권이 글로벌·모험자본 축을,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PF·인수금융 축을 담당하며 서로 다른 색깔의 IMA를 만들어낼 경우, 향후 추가 IMA 인가를 노리는 증권사들에겐 일종의 '레퍼런스 모델'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조달 경쟁 환경도 변화가 예상된다. 같은 날 키움증권이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종투사 및 발행어음 인가 안건을 증선위에서 통과했다. 온라인 기반 증권사가 발행어음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처음으로, 조달 시장의 경쟁 강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첫 IMA 사업자로 나서는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레버리지 300%를 어떤 전략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IMA가 '모험자본 공급 통로'로 자리 잡을지, 혹은 또 하나의 고위험 레버리지 모델로 남을지가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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