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제주 4·3 사건 당시 강경 진압 명령을 내린 고(故) 박진경 대령에 대한 국가유공자 지정 취소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15일 대통령실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날(14일) 국가유공자 등록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제기됨에 따라 '취소 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보훈부는 서울보훈지청은 지난 10월 박진경 대령의 유족이 4·3 당시 무공수훈을 근거로 제출한 국가유공자 등록 신청을 승인해 지난달 4일 유공자증서를 전달했다.
그러나 박 대령이 4·3 당시 강경 진압 책임자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제주4·3진상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박 대령은 1948년 5월 제주4·3 당시 조선경비대 제9연대장으로 부임해 초토화 작전 등을 실시하는 등 4·3 단체들로부터 양민 학살 책임자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4·3 단체들은 박 대령의 토벌 작전이 제주 4·3을 장기화시킨 계기로 보고 있다.
특히 박 대령은 취임식에서부터 "폭동을 진압하기 위해서는 제주도민 30만명을 다 희생시키더라도 무방하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박 대령은 부임한 지 40여일 남짓한 기간 동안 6000여명이 넘는 도민을 무차별 체포했다. 이 같은 행보는 부하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결국 그는 1948년 6월 대령 진급 축하연을 마치고 숙소에서 잠을 자던 중 부하들에게 암살당했고, 1950년 을지무공훈장에 추서됐다.
시민단체와 제주 지역사회가 강하게 반발하자 국가보훈부는 수습에 나섰다. 권오을 보훈부 장관은 지난 11일 제주를 찾아 4·3유족회를 만나 사과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권 장관은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제주 4·3 희생자는 국가 폭력의 희생자이며, 당시 진압에 동원됐던 군인과 경찰은 혼란한 시대의 피해자"라며 "이념과 진영의 첨예한 현장에서 사실대로 판단하고 후속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국방부는 박 대령에 대한 을지무공훈장 취소 절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상훈법 제8조에 따르면 공적이 거짓으로 밝혀진 경우 훈·포장을 취소할 수 있다.
박 대령은 무공훈장을 근거로 국가유공자로 지정됐으며, 훈장 취소는 국방부 소관이다. 서훈 취소 여부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 국방부에서 무공훈장 서훈을 취소할 경우 보훈부는 국가유공자 지정을 소급해서 취소할 수 있다.
한편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 제주4·3희생자유족회는 이날 제주4·3 관련 역사 왜곡 논란 시설물에 객관적 사실을 담은 안내판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이 '역사 왜곡 논란 시설물'이란 바로 박 대령의 추도비였다. 안내판에는 박 대령의 행적과 관련한 역사적 사실관계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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