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톤 전기로·소형 압연 라인 가동 중단
철근 생산능력 절반 축소 전망
철근 수요 감소와 설비 과잉을 이유로 현대제철이 인천공장 일부 설비 폐쇄를 추진하면서 노사 갈등이 커지고 있다. 회사는 적자 구조를 근거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반면, 노조는 공장 존속을 전제로 한 대체 사업·전환 투자 방안이 먼저 제시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과 인천공장 노조는 지난 3일과 5일 특별 노사협의회를 열고 설비 폐쇄안을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노조는 폐쇄 철회와 대안 마련을 요구했고, 사측은 휴업·고정비 절감·가격 안정화 등 가능한 조치를 검토했으나 누적 적자 상황에서 계획 변경이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현대제철은 지난달 20일 인천공장 노사협의회에서 90톤급 전기로 제강 설비와 연계 소형 압연 라인 폐쇄 방침을 공식화했다. 해당 라인의 연간 생산능력은 약 80만톤으로, 인천공장 철근 생산능력은 약 160만톤에서 80만톤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설비는 지난 4일부터 가동을 중단했다.
회사 측은 설비 폐쇄의 배경으로 철근 수요 감소와 구조적인 설비 과잉을 들고 있다. 최근 10년간 국내 철근 수요는 연평균 약 1000만톤 수준이었으나, 지난해에는 약 700만톤까지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국내 철근 설비능력은 약 1250만톤으로 수요를 크게 웃돌아 설비 과잉 상태가 고착화됐다는 설명이다. 회사는 인천공장 일부 라인은 이전부터 가동률이 낮아 폐쇄에 따른 시장 수급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는 설비를 줄인다면 그에 상응하는 신규 설비 투자나 대체 물량 등 먹거리가 함께 제시돼야 한다며 별도 대안 없이 폐쇄만 추진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미래를 포기하는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현대제철은 설비 폐쇄에 따른 인위적인 인력 감축은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제철은 유휴 인력을 전환 배치해 고용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전국금속노조 인천지부 현대제철지회는 인천공장 직원 약 1500명 가운데 철근 생산직이 400여 명 규모라고 설명했다. 비효율 설비를 정리해 고정비 자체를 줄이고, 생산을 잔여 설비에 집중해 가동률을 높임으로써 톤당 고정비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임종호 순천제일대 제철산업과 교수는 "철근은 건축용 자재로, 건설경기 둔화로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중국발 저가 공세까지 겹치면 국내 업체가 버티기 어렵다"며 "수요가 없는 환경에서 과잉 설비를 유지하기는 힘들어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도약을 위해서는 노조도 일정 부분 조정과 혁신을 수용할 필요가 있다"며 "경영 여건이 악화되면 일자리가 줄어드는 건 불가피하고, 수용 범위는 추가 협의로 정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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