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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증권일반

빗썸·특사경·감리주기 단축까지…이찬진표 금감원 감독기조 전면 재정비

빗썸 사태, 오지급 코인 "원물 반환 원칙"…가상자산 인허가 리스크까지 경고
홍콩 ELS 과징금 조율 시사…IMA·발행어음 심사 "혼선 없게 할 것"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2026년 업무계획을 발표하고 있다./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이 2026년을 '실질적 금융소비자 보호의 원년'으로 선언하며 감독 기조를 사후 제재에서 사전 예방으로 전환한다. 발표 당일 빗썸의 대규모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가 터지면서, 금감원이 제시한 '디지털 안전'과 '가상자산 제도권 편입' 구상은 현안 대응 능력과 함께 시험대에 올랐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9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2026년 업무계획 브리핑'에서 "금융소비자보호를 금감원의 최우선 가치로 확립하면서도 대내외 불확실성 속 금융시장 안정성을 흔들림 없이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올해 5대 전략목표(쇄신·신뢰·안정·상생·미래)를 바탕으로 검사·제재 혁신, 불공정거래 엄단, 민생금융범죄 척결, 디지털 감독 강화 등 15대 핵심과제를 추진한다.

 

특히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빗썸 사고, 특사경 인지수사권, IMA·발행어음 인가 등 시장 현안이 집중적으로 거론되며 업무계획의 '집행력'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 "유령코인이 거래됐다"…빗썸 사태에 가상자산 감독 전면 수정

 

이 원장은 빗썸 오지급 사고를 두고 "가상자산거래소 정보시스템이 가진 구조적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했다. 단순 전산 실수가 아니라 "오입력된 데이터로 거래가 실현됐다는 게 문제의 본질"이라며 거래소 시스템 자체의 근본적 취약점을 정면으로 문제 삼았다.

 

이어 "어떤 형태로든 가상자산 정보시스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가상자산시장이) 레거시화(제도권 편입)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며 "이 부분이 해소되지 않으면 (거래소 입장에서는) 인허가 리스크까지 발생할 수 있게하는 규제·감독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자산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에서 이 부분이 규제돼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금감원은 당초 시세조종 등 고위험 분야 기획조사에 초점을 맞췄지만, 이번 사고를 계기로 거래소 내부통제와 시스템 검증체계가 입법·감독의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검사 결과를 반영해 2단계 입법 때 강력히 보완해야 할 과제가 도출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오지급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반환 원칙을 명확히 했다. 이 원장은 "부당이득 반환 대상은 명백하다"며 "반환 대상인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고, 원물 반환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오지급 코인을 매도해 현금화한 투자자에 대해서는 "재앙적인 상황"이 될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사고 당시보다 상승한 만큼 원물 반환 시 추가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금감원이 사고를 사전에 막지 못했느냐는 질문에는 "담당 인원이 20명이 채 안 되고, 그나마도 가상자산 2단계 입법 작업에 집중 투입돼 있다"며 인력 구조의 한계도 털어놨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2026년 업무계획을 발표하고 있다./금융감독원ㅇ

◆ 특사경 인지수사권 '통제장치' 윤곽…"핵심은 48시간"

 

업무계획의 또 다른 축은 불공정거래 근절과 시장질서 확립이다. 금감원은 기업금융(IB), 정치테마주, 신규사업 가장 등 자본시장 교란행위를 상시 감시하고 신속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핵심 제도인 '특사경 인지수사권'을 둘러싼 통제장치도 처음으로 구체화됐다. 이 원장은 "금융위와 긴밀히 협의한 결과 자본시장 특사경에 인지수사권을 부여하는 방안과 불법사금융 분야 특사경 도입 협의를 마쳤다"고 말했다.

 

다만 직무범위 확대는 불법사금융까지만 우선 적용된다. 보험사기·가상자산 등 다른 민생범죄나 회계감리·금융회사 검사 분야까지 확대하는 방안은 유보됐다. 이 원장은 "불법사금융 외에는 금감원의 특사경 확대를 불편해하는 기관이 있다"며 "서로 한 술에 배부르는 일은 없다"고 했다.

 

인지수사 통제장치로는 수사 착수 전 증권선물위원회 산하 수사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치고, 수사 개시 이후에는 검찰 지휘와 영장 원칙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 원장은 "누가 주도권을 쥐느냐는 부질없는 일"이라며 "핵심은 48시간 내 결론을 내자는 것, 수사 신속성"이라고 강조했다.

 

◆ 감리주기 20년→10년…ELS 제재·IMA 인가 '현안 조율' 시험대

 

금감원은 회계투명성 제고를 위해 상장사 감리주기 단축도 본격 추진한다. 현행 감리주기가 약 20년에 달해 회계부정을 억제하는 경각심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라, 코스피200 기업을 대상으로 매년 10%(20사)를 심사대상으로 선정해 감리주기를 10년으로 단축한다는 방침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코스닥까지 주기를 더 줄이는 로드맵도 금융위와 협의해 마련한다.

 

이와 관련 감리 물량이 늘면서 회계업계 일감 확대 논란이 제기된 데 대해 이찬진 원장은 "20년에서 10년으로 줄이는 것을 두고 '장난하느냐'고 하지만, 오히려 영국처럼 5년 수준까지 가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있다"며 "이는 회계사 일자리와는 전혀 관계없는 자본시장 신뢰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공적 감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해야 무자격 법인을 조기에 퇴출시키고, 특히 코스닥 중심으로 부실기업을 빠르게 정리할 수 있다"며 "자본시장 투명성과 신뢰를 위한 핵심 인프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금감원 회계감리 인력이 "실제로 감리를 담당할 수 있는 인원이 60명 수준에 불과하다"며 "현실적 인력 여건 속에서 가능한 범위에서 감독 강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금투업계가 주목하는 IMA·발행어음 인가와 관련해서는 "별다른 특이사항 없이 금융위에서 논의될 것"이라며 제재와 인허가가 불필요하게 충돌하지 않도록 조율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모험자본 관점에서 인허가에 크게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금융소비자보호를 사명으로 삼고 소비자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하는 감독을 하겠다"며 "민생금융범죄와 불공정행위에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 무관용 원칙으로 대처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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