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 시내버스 파업은 더 이상 반복되는 노사 갈등의 연장선이 아니다. 시민의 이동권이 한파 속에서 그대로 멈춰 섰다는 사실은 현행 버스 준공영제가 구조적으로 통제력을 상실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문제는 임금 인상도, 일시적 재정 투입도 아니다. 제도 자체가 지속 불가능한 단계에 진입했다는 데 있다.
서울시의 '수익금공동관리형' 준공영제는 민간 사업자에게 노선 면허를 사실상의 영구 자산으로 보장하면서, 운영 적자는 세금으로 보전하는 구조다. 이 구조에서는 경영 효율화도, 서비스 혁신도 작동할 수 없다. 비용 부담은 공공이 지고, 노사 협상은 결국 '서울시를 상대로 한 청구서'가 된다. 시민은 요금 인상과 세금 부담이라는 이중의 비용을 떠안는다.
세계 주요 도시들은 다른 선택을 했다. 유럽 다수 국가는 노선을 공공이 소유하고 일정 기간 운영권을 경쟁 입찰로 위탁하는 노선입찰제를 기본 구조로 삼고 있다. 프랑스 파리, 독일 베를린, 영국 런던 모두 공공이 노선과 요금을 통제하고, 민간은 성과 중심의 계약을 통해 운영에 참여한다. 파업이 발생하더라도 최소 운행 의무와 강력한 공공 통제 장치가 작동한다.
일본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일본은 지방 버스 노선 축소 위기를 자율주행으로 돌파하고 있다. 후쿠이현 에이헤이지, 이바라키현 히타치오타 등에서는 자율주행 버스가 이미 상용 운행 단계에 진입했다. 핵심은 인건비 절감이 아니라, 인력 부족과 재정 부담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정부는 자율주행을 '교통 복지 유지 수단'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미국의 접근은 더 직접적이다.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등에서는 자율주행 셔틀과 무인 버스가 대중교통 네트워크에 편입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와 샌프란시스코는 이미 자율주행 기반의 공공 이동 서비스를 실증 단계를 넘어 확장 단계로 옮기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 자율주행은 교통 비용 절감과 동시에 공공 서비스의 범위를 넓히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여전히 자율주행의 위험성과 일자리 감소, 기술 성숙도, 공공성 훼손 등을 앞세워 '자율주행은 시기상조'라는 반대 논리가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버스 사고는 대부분 인적 오류에서 발생하며 버스 업계는 고령화와 인력 부족을 겪고 있다. 또 자율주행이 공공성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준공영제가 이미 공공성을 잠식하고 있다. 기술을 공공의 통제 아래 두지 못하는 것이 문제이지, 기술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자율주행의 진정한 의미는 비용 절감 그 자체가 아니다. 자율주행은 노동 집약적 구조에 갇힌 버스 산업을 기술 집약적 공공 서비스로 전환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이를 전제로 노선입찰제, 공영화 확대, 공공 직접 운영이라는 제도 개편도 현실적인 선택지가 된다.
중요한 것은 자율주행이 만들어내는 잉여 가치를 시민에게 돌려주는 구조를 설계하는 일이다. 요금 인하, 심야·외곽 노선 확대, 이동 약자 서비스 강화로 이어질 때, 기술 혁신은 비로소 공공성을 회복한다.
이제 질문은 분명하다. 우리는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진 준공영제를 세금으로 연명시킬 것인가, 아니면 자율주행이라는 기술을 통해 구조 자체를 다시 설계할 것인가. 자율주행은 미래의 선택지가 아니다.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버스 준공영제는 더 큰 사회적 비용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붕괴 직전의 준공영제를 살릴 마지막 선택이다. /하성용 중부대 스마트모빌리티공학과 교수·한국자동차모빌리티안전학회(KASA)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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