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 제국'으로 불리던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하루 만에 무너졌다. 차세대 비만 치료제 임상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자 주가가 16% 넘게 폭락했다. 단 2%포인트 차이가 글로벌 시가총액을 흔들었다.
23일(현지시간) CNBC 등에 따르면 노보노디스크는 84주간 진행한 비교 임상시험에서 자사 신약 '카그리세마'가 경쟁사 일라이릴리의 약물 대비 '열등하지 않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임상 결과는 숫자로 명확했다. 카그리세마 투약군의 평균 체중 감소율은 23%. 반면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주성분 티르제파타이드)는 25.5%였다. 격차는 2.5%포인트에 불과하지만, 비열등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점이 치명적이었다.
카그리세마는 위고비·오젬픽의 주성분 세마글루타이드에 식욕 억제 지속 효과를 높이는 카그릴린타이드를 결합한 복합제다. 노보노디스크는 이를 통해 급성장 중인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다시 한 번 주도권을 굳히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이미 미국 처방 시장에서는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와 마운자로가 위고비·오젬픽을 앞선 상태다. 이번 임상 결과는 시장 구도 변화에 쐐기를 박는 신호로 해석됐다.
이날 코펜하겐 증시에서 노보노디스크 주가는 장중 16.48% 급락하며 2021년 6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미국 예탁증서(ADR)도 16% 이상 하락했다. 반면 일라이릴리는 4.86% 상승했다. 젭바운드의 효능이 재확인된 데다 투약 편의성을 높인 '퀵펜' 공개도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제프리스의 마이클 로이흐텐 애널리스트는 "비열등성 입증 실패는 불확실성을 키운다"며 "노보노디스크가 파이프라인 강화를 위해 인수합병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비만 치료제는 AI 다음으로 뜨거운 글로벌 테마다. '체중 감량률 몇 %'가 기업 가치를 좌우하는 시대다.
23%와 25.5%. 그 사이에 놓인 건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시장의 왕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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