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發 실적 레벨업·증권주 급등·자사주 소각 드라이브까지…이익·정책·자금 3박자
7000 상단 전망 속 공매도·대차잔고 증가…랠리 이후의 시험대
"이게 현실인가요? 보고 있지만 믿기질 않네요", "5000 때 익절했는데 후회되네요. 우물쭈물하다가 7000 갈까 봐 추매 고민하게 됩니다", "이젠 올라갈 재료가 부족한 것 같은데 인버스라도 해보려고요"
25일 코스피가 장시작 6000포인트를 찍자 개인투자자 반응은 각양각색이다. 믿기지 않는다는 탄성, 놓쳤다는 조급함, 이젠 꺾일 거란 경계심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이처럼 엇갈린 반응이 쏟아진 배경에는 '너무 빨리 와버린 6000'이 있다. 숫자 자체도 이례적이지만, 그 숫자에 닿는 데 걸린 시간은 더 낯설다.
코스피가 2000에서 3000으로 가는 데 13년5개월, 3000에서 4000까지 4년9개월이 걸렸는데, 4000에서 5000은 3개월, 5000에서 6000은 1개월이 소요됐다. 지난해 10월27일 4000을 처음 넘긴 뒤 올해 1월22일 장중 5000을 찍고, 불과 한 달 남짓 만에 6000선까지 밀고 온 셈이다.
단순한 과열로만 치부하기는 어렵다. AI 메모리 수요 확대에 힘입은 반도체 실적 개선과 거래대금 급증에 따른 증권주 강세가 지수의 체급을 끌어올렸고,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둘러싼 상법 개정 논의는 주주환원 기대를 키웠다. 여기에 은행 예금 금리가 2%대에 머무는 사이 자금이 증시로 이동하면서 지수 상승 속도가 더 붙었다.
◆ 6000으로 오기까지 '압축 상승'…독보적인 '상승 기울기'
이번 랠리가 더 도드라지는 건 해외 주요국과의 대비에서다. 올해 들어 코스피 상승률은 38.52% 수준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간 미국 다우지수는 1.54% 상승에 그쳤고, 나스닥은 오히려 2.64% 하락했다. 일본 닛케이 10.59%, 대만 가권 18.23%, 영국 FTSE 7.3%, 독일 DAX 1.79%, 중국 항셍H 0.96% 등도 상승하긴 했지만 코스피의 폭발적인 상승과는 비교하기 어려웠다. 코스닥 역시 25.22% 이상 오르며 '한국만의 강세장'이 연출됐다.
코스피의 상승세를 위협하는 대외 변수도 발생했지만 큰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 이후 트럼프가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15% 관세 부과로 대응하면서 관세 불확실성이 다시 부각됐고, 장 초반 5900을 넘겼던 지수가 상승분을 반납하는 장면도 나왔다. 그럼에도 관세라는 재료가 반복 노출되며 '학습'된 변수로 인식됐다는 해석이 뒤따랐고, 코스피 상승 흐름을 바꾸지 못했다.
지수가 먼저 뛰자 증권가의 눈높이는 빠르게 7000대로 이동했다. 주요 증권사들은 잇따라 목표치를 7000선 이상으로 상향했고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을 결합해 밴드 상단이 7300~7900까지 열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해외 IB 역시 7000~8000 구간을 제시하며 한국 증시의 이익 레벨업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 반도체가 주도하고 증권이 가세한 '육천피'
코스피 6000의 1순위 동력은 여전히 반도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20만전자', '100만닉스'라는 상징적 가격대를 처음으로 달성했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서버용 HBM 수요를 끌어올리고, 범용 D램과 낸드 가격 급등이 실적 기대를 재차 밀어 올렸다. AI가 미국 증시에선 비용 부담과 수익성 우려로 변동성을 키우는 재료가 되기도 하지만, 메모리 공급망에선 '수요 확대'로 직결되는 측면이 강했다.
두 반도체 기업의 실적 전망도 이를 뒷받침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291.2%, 208.9%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흐름 위에 증권이 합류해 지수에 상승 탄력이 붙였다. 연초 이후 레버리지를 제외한 국내 ETF 수익률 상위 1~3위에 증권 ETF가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지난 23일 기준 HANARO 증권고배당TOP3플러스 88.4%, TIGER 증권 88.3%, KODEX 증권 87%로 모두 수익률이 90% 가까이 올랐다. 증권사 개별로 보면 더 가파른 주가 상승률을 보인다. 24일 기준 미래에셋증권은 연초 대비 172.21% 급등하며 코스피 종목 중 상승률 1위를 기록했고, SK증권 181.80%, 상상인증권 80.03%, 한화투자증권 74.79%, 신영증권 78.84%, 부국증권 76.34%, 대신증권 73.20%, NH투자증권 70.89% 등도 70%를 웃돌았다.
증권주는 거래대금이 늘면 위탁매매 수익이 늘고, IPO·회사채 발행이 늘면 IB 수익 기대가 커진다. 아울러 발행어음 잔고 확대와 IMA 인가 이후 운용자산 증가도 대형 증권사들의 이익 개선 요인으로 꼽힌다. 단순 브로커리지 호황을 넘어 이자·운용수익 확대까지 겹치며 ROE 개선 기대가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정책 기대가 한 번 더 증권주 상승 가도에 불을 지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안이 속도를 내면서 주주환원 확대 기대가 커졌고, 자사주 보유 비율이 높은 금융·증권업종이 특히 민감하게 반응했다. 다만 이 구간부터는 '같이 오르는 증권'이라도 차별화가 시작된다는 시각이 나온다. 거래대금 증가를 실적으로 얼마나 전환하는지, 리테일 채널 경쟁력과 ETF·해외주식 등 상품 믹스, 수수료율 방어 여부가 다음 국면의 분기점으로 지목된다.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증권주 역시 기대가 아닌 실적 기반에서 상승 동력을 확보했다는 점이 이번 장의 특징이다. 다만 지난 23일 미래에셋증권과 SK증권 등이 그간의 급등으로 인해 투자주의 및 단기과열 종목에 지정되기도 하며 소폭 증권주는 조정을 맞기도 했다.
◆ 은행→증권 머니무브·연금 설정 변경…정책 수혜까지
속도를 설명하는 마지막 축은 자금이다. 지난해 말 은행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23.6회로 10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예금 회전율이 높다는 것은 통장에 있던 돈이 증시 등으로 더 자주 이동했다는 의미다. 실제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651조5379억원으로 전월 대비 22조4705억원 감소했다. 정기예금 잔액도 줄었다. 반면 투자자 예탁금은 1월 평균 예탁금은 106조324억원을 기록했으며 100조원 돌파 이후 100조원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2일에는 111조를 넘기기도 했다. 낮은 금리도 자금 이동(머니무브)를 부추겼다. 5대 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2.05~2.90%로 3%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연금에서도 변화가 포착됐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올해 1월 말까지 DC·IRP형 계좌에서 연금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ETF 상위 10개 중 국내 주식형이 5개 포함됐다. 10위권 내에 국내 주식형이 없었던 2024년, 1개에 그쳤던 2025년과 비교하면 연금 투자의 방향성도 달라졌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아울러 정책 드라이브도 지수 상승에 직접적인 동력으로 작용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이 속도를 내자 기업들의 자본 전략에도 변화가 감지됐다. 지난해 12월 자기주식 처분 공시는 164건으로, 2025년 1~11월 월평균(43.9건)의 세 배를 웃돌았다. 그중 절반 이상(55.5%)이 특정 대상 처분이었다.
시장에서는 이를 제도 시행을 앞두고 자사주 활용 구조를 선제적으로 재편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한다. 정책 변화가 단순 기대를 넘어 기업의 실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주주환원 확대에 대한 신뢰를 키우고 밸류에이션 재평가 기대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육천피 불장' 속에서도 조정에 대비하는 움직임은 늘고 있다. 코스피가 단기간 급등하면서 하락에 베팅하는 자금도 증가했다. 대차거래 잔액은 153조원 수준으로 한 달 새 14조원 이상 늘었고, 공매도 순보유 잔액도 21조원대로 집계됐다. 상승이 소수 업종·대형주에 집중되면서 종목 간 성과 분산이 확대되고, 투자자 체감 성과와 지수 수익률의 괴리가 커질 수 있다는 경고도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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