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CEO와칭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오피니언>칼럼

[김양팽의 일본 이야기] 일본의 철도 여행용 지역 특산 도시락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

일본의 서점에서 '도시락 요리법' 혹은 '도시락 꾸미기' 책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도시락 관련 책이 베스트 셀러로 여러 권 진열된 모습을 보면, 역시 일본은 도시락에 진심인 나라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일본에서는 한국보다 도시락을 더 자주 그리고 많이 먹는다. 그것은 단순한 식습관의 차이가 아니라 생활 구조와 문화적 토양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본의 유치원은 급식이 완전 의무가 아니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부모가 직접 도시락을 싸서 보내는 선택을 할 수 있다. 특히 아이들은 학부모들이 직접 싸준 보기 좋고 맛있는 도시락을 자랑으로 여기기 때문에 학부모는 경쟁적으로 도시락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직장인들도 직접 도시락을 준비하는 사람이 한국보다 많다. 특히 도심의 빌딩 숲에 있는 회사는 직접 식당을 운영할 수 없으므로 지하에 있는 식당가는 점심시간에 늘 붐비게 된다. 이 복잡한 곳을 벗어나 직접 준비해 온 도시락이나, 편의점 혹은 식당 앞에서 파는 도시락을 구입해 근처 조용한 공원을 찾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물론 식비 절감이나 건강관리 그리고 개인 취향 등으로 도시락을 직접 준비하는 사람도 의외로 많다. 따라서 도시락 문화가 한국보다 발달했고 도시락에 관한 관심이 높아 요리책과 꾸미기 책이 꾸준히 잘 팔리고 있다.

 

그런데 도시락이 단순히 점심 식사 한 끼를 위한 것이 아니라 '이동' 혹은 '여행'과 결합해서 하나의 관광상품이 되고 독특한 문화를 만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에키벤(?弁)이다. (에키는 철도 역을 뜻하며, 벤은 도시락의 줄임말이다.) 즉, '철도 여행용 지역 특산 도시락'이다. 일본은 19세기 후반부터 철도망이 빠르게 확장되었고 장거리 이동에는 기차 이용이 일상화되었다. 이동 시간이 곧 식사 시간이 되는 상황에서 도시락이 철도문화와 접목되었는데, 1960년대 신칸센 개통 이후 전국 이동이 급증하면서 기차 안에서 먹는 도시락이 단순한 한 끼를 넘어 하나의 상품군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 도시락의 경쟁력은 '지역성'에 있다. 예를 들어 홋카이도는 해산물, 고베는 소고기, 규슈는 닭고기처럼 각 지역 특산물을 사용하여 식재료를 도시락으로 담으면서 같은 도시락이지만 어느 역에서 구입하느냐에 따라 내용물이 달라지는 것이다. 이는 편의점 도시락과 뚜렷이 구별되는 특징이다. 전국 어디서나 동일한 재료와 구성을 유지하는 편의점 도시락과 달리 에키벤은 지역 특산물과 결합하여 차별화하고 있으며, 포장 디자인과 용기까지 지역 정체성을 담아 도시락 용기가 기념품이 되기도 한다.

 

동경역과 같은 대형 역에서는 지역 도시락을 판매하는 팝업 스토어가 수시로 열리며, 심지어 전국 각지의 에키벤을 한곳에 모아 판매하는 공간도 등장했다. 이는 단순한 편의 제공을 넘어서 지역 간 경쟁과 홍보의 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철도라는 인프라가 발달하면서 지역경제와 관광산업이 유기적으로 엮여 '이동형 지역 관광상품'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반면, 한국의 기차 안에서는 음식을 먹는 모습 자체가 사라져 버렸다. 특히 코로나19 시기에 기차 안에서 취식이 전면 금지되었던 영향으로 습관적으로 기차에서 음식을 먹는다는 것이 익숙하지 않게 되어버렸다. 하지만 단순히 그것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한국은 자동차 중심의 교통체계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기차가 단순한 교통수단으로만 발달했을 뿐 문화공간으로 확장되지 못했기 때문은 아닐까? 무궁화호와 새마을호의 좁은 통로를 지나는 매대에 놓여있던 삶은 달걀이 지금도 그립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