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가 시장을 잠식했다. 미국의 이란 군사작전의 여파가 세계 경제를 흔들수 있다는 우려로 번지면서 아시아와 유럽시장의 주가가 녹아내렸다. 코스피 시장에서는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면서 '검은 화요일'을 맞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0만전자'와 '100만닉스' 타이틀을 반납했다.
3일 아시아 증시는 문을 열자마자 일제히 하락했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7.24% 내린 5791.91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달 25일 이후 3거래일 만에 '6천피(코스피 6000)'를 내줬다. 하루 낙폭도 역대 최대인 452.22포인트(-7.24%))에 달했다. 시가총액도 5000조원(4800조원)을 내줬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62.98(16.37%)까지 치솟았다. 코스닥 지수는 4.62% 떨어졌다.
검은 화요일이 휩쓴 시장은 초토화됐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0개 종목(우선주 포함) 중 한화에어로스페이스(19.83%)와 한화시스템(29.14%), 현대로템(8.03%) 등을 제외한 88개 종목이 모두 하락 마감했다.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19만5100원(-9.88%), 93만9000원(-11.50%)까지 밀렸다. 현대차와 기아는 11%넘게 급락했다.
공포에 사로잡힌 건 국내 증시만이 아니다. 일본 닛케이(-3.06%)와 대만 가권지수(-2.20%)를 비롯해 중국 상하이지수, 홍콩 항셍지수 등도 약세를 보였다.
유럽 시장도 중동발 리스크에 녹아내렸다. 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와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지수는 각각 1.2%, 2.42% 하락했다. 프랑스 파리 증시CAC 40 지수와 이탈리아 FTSE-MIB 지수도 각각 2.17%, 1.97% 내렸다. 스페인 마드리드 증시의 IBEX 35 지수는 2.62% 급락했다. 유로존 대표 주가지수인 유로 스톡스(STOXX) 50 지수와 범유럽 STOXX 600 지수는 각각 2.47%, 1.61% 하락했다.
공급 차질 우려에 국제 유가는 뜀박질했다. 이날 ICE선물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77.74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6.7% 상승했다.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71.23달러로 전장 대비 6.3% 올랐다.
시장에 불안이 번지면서 안전자산인 금은 강세를 띠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 선물 종가는 온스당 5311.60달러로 전장 대비 1.2% 상승했다. 반면 안전 자산인 미국 국채는 인플레이션 우려에 하락했다. 이날 미 동부시간으로 오전 10시 30분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4.04%로 전 거래일 대비 8bp(1bp=0.01%포인트) 급등했다.
원화값은 달러당 1466.1원(오후 3시 30분 기준)으로, 전날보다 26.4원 떨어졌다.
금융 시장에 휘몰아친 '퍼펙트스톰(여러 악재가 동시에 발생해 영향력 커지는 현상)'의 도화선은 이란을 둘러싼 중동발 리스크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최대 원유 수송로로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아랍에미리트 등 주요 산유국의 수출 통로다.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20∼30%가 지나간다. JP모건 등 글로벌 투자은행(IB)과 경제연구소들은 호르무즈 해협이 전면 봉쇄되고 군사적 충돌이 확산하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 선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했다. 수출 중심 구조인 한국 경제에는 작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한편, 이날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은 24시간 비상대응 체제에 들어갔다. 한은은 이창용 총재 주재로 '중동사태 상황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중동 전운이 국제 금융시장 상황과 국내 금융·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했다. 금융당국은 산업은행(8조원), 기업은행(2조3000억원), 신용보증기금(3조원)이 운영하는 13조3000억원 규모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중동 상황에 영향을 받는 취약 중견·중소기업에 자금 지원과 금리 감면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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