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그룹이 도입한 '선진 거버넌스 체제'가 흔들리고 지배구조에 적신호가 다시 켜졌다. 지난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전문경영인과 대주주가 조화를 이뤄내며 '뉴 한미'를 선포하고 1년 만이다.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와 그룹 최대주주 신동국 한미사이언스 기타비상무이사의 대립이 심화되자,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이 중재에 나섰으나 오히려 송영숙·임주현·신동국·라데팡스 등 4자 연합 균열 조짐으로 갈등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우선 송영숙 회장이 신임하고 있는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의 연임이 무산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12일 국내 제약 업계에 따르면, 이날 한미약품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는 이사회를 열고 핵심 계열사 한미약품의 이사 선임 안건을 논의한다. 이날 의결된 안건은 오는 31일 열릴 예정인 한미약품 정기 주주총회에 상정된다.
이달 한미약품 이사회 10명 가운데 박재현 대표를 포함한 5인의 임기가 만료를 앞둬, 신규 이사 후보가 검토되고 있다. 김태윤 감사위원 연임과 김나영 한미약품 신제품개발본부장, 채이배 전(前) 국회의원, 한태준 겐트대 글로벌캠퍼스 총장 등의 신규 선임이 거론된다. 차기 대표이사 후보에는 증권 업계 출신인 황상연 HB인베스트먼트 프라이빗에쿼티(PE) 부문 대표가 물망에 올랐다.
박재현 대표는 새 이사회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한미사이언스 이사회가 박 대표를 한미약품 이사회에서 제외하고 대표 교체 수순에 들어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동시에 이사회와 대주주 간 의견이 엇갈릴 경우에는, 표 대결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현재 한미약품 최대주주는 한미약품 지분 41.42%를 보유하고 있는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이며,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김재교, 임주현, 임종훈 등을 비롯해 사내이사 5명 사외이사 3명, 기타비상무이사 2명(신동국 포함) 등으로 구성됐다.
또 한미사이언스 지분 구조는 송영숙·임주현·신동국·라데팡스 등 4자 연합이 52.63%를 차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신동국 이사 29.83%, 라데팡스파트너스 9.81%, 임주현 부회장 9.15%, 송영숙 회장 3.84% 순이다. 이밖에 임종훈 이사는 6.46%를 가졌다.
다만 신동국 이사는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개인 보유 22.88%, 한양정밀 보유 6.95% 등 총 29.83% 확보하고 있어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력 역시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이와 함께 송영숙·임주현 모녀와 창업주 일가 경영권 다툼을 겪은 임종윤·종훈 형제의 움직임에도 업계 관심이 집중된다.
최근 신 이사는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늘리는 과정에서 코리포항 외 5인으로부터 한미사이언스 주식 441만32주(6.45%)를 매입했다. 코리포항은 한미약품그룹 계열사 코리그룹의 한국지사로,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의 장남 임종윤 전(前) 한미약품 사내이사가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신 이사와 임종윤·종훈 형제 측의 연대 재편성 가능성에 대한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로 4자 연합 내부에서는 이미 법적 공방도 진행 중 이다.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송영숙·임주현·킬링턴유한회사 측이 신 이사를 상대로 청구한 약 600억원 규모 위약벌 청구 소송의 첫 변론이 열렸다. 킬링턴유한회사는 라데팡스의 특수목적 법인이다.
4자 연합은 2024년 12월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방어를 위해 의결권 공동 행사 등을 약정하는 주주 간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신 이사가 2025년 1월과 7월,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담보로 총 59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발행하면서 해당 계약 위반에 대한 논란이 촉발됐다.
이처럼 법정 공방으로 이어진 4자 연합 내부 긴장 관계가 최근 박재현 대표 연임 문제로 표면화된 것이란 분석이다.
아울러 이번 한미약품 신임 대표 선임으로 '뉴 한미' 지속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미약품그룹은 신약 개발 및 제약 사업은 전문경영인이 맡고 대주주는 이를 지원하고 견제하는 구조를 확립하겠다고 계속 밝혀 왔다.
한편 유력 후보인 황상연 대표가 한미약품 신임 대표로 등장할 경우 한미약품그룹은 창사 53년 만에 처음으로 '정통 한미맨'이 아닌 외부 인사를 맞이하게 되는 것. 업계에서는 이번 대표 선임 결과가 한미약품그룹이 추진해 온 '뉴 한미' 전문경영인 체제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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