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중국 등 5개국을 향해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파견하라고 요구하면서, 아덴만에서 활동하는 청해부대가 투입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이는 국회 동의가 필요한 상황이라 새로운 국내 정치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현재 보름째 이어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도로 인해 영향을 받는 많은 국가들은 해협을 열려 있고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미국과 협력해 '군함(War Ships)'을 파견할 것"이라며 한국과 중국·일본·프랑스·영국 등 5개국에 군함 지원을 요구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의 20% 정도가 지나는 요충지로, 가장 좁은 곳이 39㎞에 불과하다. 이란은 이 해협에 기뢰를 설치하며 통행을 사실상 차단하고 있고, 실제 민간 선박의 피격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경우, 국제 유가는 어마어마하게 치솟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는 해당 상황의 책임을 동맹국에게 일부 전가하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일단 정부는 신중하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15일 청와대 및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아직 미국 정부의 공식 요청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만큼, 조만간 공식적으로 군함 파견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군함 파견 요청을 받은 중국은 즉답을 피하며 상호 적대 행위 중단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호르무즈 해협에 해군 전력을 배치할 계획이 있느냐는 CNN의 질의에 "중국은 즉각적인 적대 행위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며 "모든 당사국은 안정적이고 방해 받지 않는 에너지 공급을 보장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란의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도 최근 미국 MS나우 방송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은 폐쇄되지 않았다면서 "오직 우리의 적에게 속한 선박·유조선들과 그들의 동맹국에만 폐쇄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중국은 사실상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에 협조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란은 중국으로 향하는 유조선은 공격하지 않고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허용하고 있다. 양국은 오랜 기간 우호적인 관계를 맺은 바 있다.
하지만 미국의 동맹인 한국, 일본, 유럽연합(EU)의 경우는 다르다. 중국과 달리 미국과 '동맹'이고, 아라그치 장관의 표현대로면 '우리의 적'과 '그들의 동맹국'에 속하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나라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을 그냥 통과하기는 위험한 상황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그대로 따르는 것도 위험하다는 지적이 많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국제법적으로 정당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는 데다, 군함 파견이 참전으로 비치게 되면 자칫 이란을 적으로 돌릴 수 있어 이에 대한 리스크도 감내해야 한다. 또 호르무즈 해협의 기뢰와 미사일 공격 등 위험성이 있어, 작전 자체가 워낙 위험하다는 지적도 있다.
청와대는 이 같은 요구에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메트로경제신문> 에 "아직 공식 요청은 없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언급에 주목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한미 간에 긴밀하게 소통하고 신중히 검토하여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메트로경제신문>
이 관계자는 "국제 해상교통로의 안전과 항행의 자유는 모든 국가의 이익에 부합하며 국제법의 보호 대상으로, 이에 기반해 글로벌 해상 물류망이 조속히 정상화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우리 정부는 중동 정세와 관련국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우리 국민 보호와 에너지 수송로 안전 확보를 위한 방안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다각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우리 군함이 파견된다면, 아덴만에서 활동 중인 청해부대가 가장 유력하게 거론다.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을 중심으로 해적 퇴치 및 안전 항해 지원 등 임무를 수행하는 청해부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2009년 1진 파병을 시작으로 현재 47진으로 4400톤급 구축함 대조영함이 임무를 교대해 수행 중이다. 병력은 262명이 파견돼 있다.
앞서 청해부대는 지난 2020년 1월 미군이 이란의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제거하면서 미국-이란 간 긴장이 고조되자 작전임무 구역을 확장해 호르무즈 해협에서 한국 상선 호위 임무를 수행한 바 있다.
하지만 국회에 제출된 청해부대 파병 동의안에 따르면 청해부대의 파견지역은 아덴만으로 한정된다. 이 때문에 호르무즈 해협에서 활동하려면 국회 비준동의를 다시 받아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다만 '유사시 우리 국민 보호 활동 시에는 지시되는 해역 포함'이라는 문구가 있어, 당시 작전에 투입될 수 있었다.
그러나 당시엔 '독자 작전'이었고, 이번엔 다국적군으로 작전에 임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청해부대 임무가 달라지는 것이어서 국회 비준 동의가 필요하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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