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2026년 3월 5일 발표한 지역사회 통합돌봄 추진 로드맵은 살던 곳에서 누리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이라는 국민적 열망을 담아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학계와 시민사회가 줄기차게 요구해 온 핵심 과제를 담아내지 못한 채, 알맹이 없는 선언적 나열에 불과하다. 정부가 표방하는 국가가 책임지는 전생애 기본돌봄의 출발점이 되어야 할 이번 로드맵은, 통합돌봄의 안착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계획조차 제대로 수립하지 못하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낸다. 돌봄 연구자들의 모임인 '넥스트케어(nextcare)'도 주요한 문제점들을 지적하며 전면적인 수정을 강력히 촉구했다.
무엇보다 돌봄의 핵심 동력인 제공기관과 인력, 예산 확보 계획이 미흡하다. 농어촌과 도농복합지역 등 '돌봄 사막' 지역의 인프라 확충 방안은 보이지 않고, 현장에서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보호사와 활동지원사 등 필수 돌봄 인력 확보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도 빠져 있다. 실질적인 돌봄 통합이 아닌 '분절적 확대'에 불과하다는 점도 큰 문제다. 필요한 서비스를 한 번에 받게 하겠다는 약속과 달리, 노인과 장애인에 대한 조사와 판정 체계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자체, 국민연금공단 등으로 뿔뿔이 흩어져 있다. 보건복지부 1차관실과 2차관실조차 심각한 칸막이를 치고 협업을 외면하는 상황에서, 부서 간 연계는커녕 기존의 전달체계 분절만 심화시키고 있다. 장애인과 정신질환자에 대한 구체적 방안은 계획조차 없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중앙정부가 반드시 단행해야 할 제도적 개혁을 뒤로 미루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국무총리 산하 '사회대개혁위원회'는 통합돌봄을 '긴급과제'로 선정하고 보건복지부와 회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사회대개혁위원회 위원들은 보건복지부가 제도 개혁과 같은 중요한 사항을 2029년이나 2030년으로 정권 말기로 뒤로 미룬 것은 개혁의 시급성과 중요성을 감안할 때 너무 안일하고 정책 개혁의 의지가 없다고 강력히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는 선진국에서도 제도를 안착시키는 데 장기간이 걸렸다는 이유를 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유례없는 압축적 근대화를 겪었으며, 돌봄 문제 역시 어느 국가보다 집중적이고 심각하게 폭발하고 있다. 간병 부담의 기하급수적인 증가와 참혹한 간병 살인, 돌봄 부족으로 인한 방임과 노인 자살 증가 등의 비극이 속출하는 현시점에서 선진국의 속도를 이유로 정책 도입을 늦추는 것은 결코 타당하지 않다.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를 정권 말기로 미루는 것은 사실상 개혁을 포기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으며, 이러한 필수적인 제도 개혁은 반드시 정권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조직 운영의 난맥상도 문제로 지적된다. 보건복지부가 '통합돌봄국'을 신설하면서 더 적극적인 행정을 펼칠 것으로 기대했으나 실상은 오히려 반대다. 벌써부터 기존의 노인정책국 등과의 협업조차 어려워한다는 말이 주변에서 들려오고 있다. 이렇게 소극적으로 운영하며 부처 내 칸막이조차 극복하지 못할 것이라면 대체 왜 조직을 별도로 만들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통합돌봄을 보건복지부 내부의 일개 단위 사업으로 축소할 것이 아니라, 예산부처에 휘둘리는 불안정한 사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혁파할 별도의 독립적인 재원을 확보하는 근본적인 방안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사람 중심의 돌봄은 분절된 서비스의 단순한 물리적 합산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돌봄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구조적인 혁신이 동반되어야 한다.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의 모든 기본권이 최대한 보장되는 '기본사회'를 실현하고자 한다면, 중앙정부의 역할과 책임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 작금의 로드맵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안정적인 예산 투입과 인프라 구축, 뼈를 깎는 제도 개혁이 유기적으로 결합될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완성될 수 있다. 보건복지부의 책임을 다하는 '진정성' 있는 통합돌봄 개혁을 강력히 요구한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넥스트케어(돌봄혁신허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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