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물가 2.2%…석유류 9.9% 급등
생산은 늘었지만 소비는 보합
한은, 인하도 쉽지 않고 인상도 부담
중동 전쟁발 고유가 충격이 한국 경제의 '완만한 회복' 시나리오를 흔들고 있다. 2% 안팎에서 안정을 찾던 소비자물가는 3월 다시 2.2%로 올라섰고, 내수는 여전히 약해 한국은행은 성장을 보자니 금리를 내려야 하고 물가를 보자니 쉽게 내리기 어려운 딜레마에 놓였다.
한은은 지난 2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하면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0%,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2%로 제시했다. 당시 한은은 물가가 목표 수준 근처에서 안정되고, 성장은 소비와 수출을 중심으로 개선세를 보일 것으로 봤지만, 3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는 향후 정책 방향을 중동지역 리스크 전개와 이에 따른 물가·성장·금융안정 상황을 함께 점검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 2% 물가 '흔들'…유가·환율 이중고
2일 발표된 3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2% 올라 2월 2.0%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전월 대비로는 0.3% 상승했다. 시장 예상치보다는 낮았지만, 2% 물가 안정 흐름이 완전히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점을 보여줬다.
세부적으로 보면 석유류 가격이 3월 9.9% 급등하면서 물가 상방 압력을 키웠다. 한국은행은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 상승 등의 영향으로 석유류 가격 오름폭이 크게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농축수산물 가격이 2월 1.7% 상승에서 3월 -0.6%로 하락 전환했다. 정부의 석유류 최고가격제가 석유류 가격 오름폭을 상당 부분 제약한 것으로 봤다. 근원물가는 2.2%로 2월 2.3%보다 소폭 낮아졌지만, 생활물가는 2.3%로 2월 1.8%보다 확대돼 체감 부담은 다시 커졌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나라는 소비자물가를 잴 때 석유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원유 가격 상승에 물가가 영향을 많이 받는 구조"라며 "여기에 수입물가까지 환율로 따져보면 이중고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고유가 자체도 부담인데 고환율까지 겹치면 수입물가를 통해 국내 물가 상방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 생산은 버텼지만 소비는 멈칫
문제는 성장 쪽이다. 지난달 31일 발표된 2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전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2.5% 늘어 2020년 6월 이후 5년 8개월 만에 최대폭 증가했다. 반도체 생산은 28.2% 급증했고 설비투자는 13.5%, 건설투자는 19.5% 늘었다. 하지만 소비를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전월과 같은 수준에 머물렀다. 생산과 투자는 버텼지만 내수의 체감 회복은 아직 약하다는 뜻이다.
더구나 이 지표는 2월 말 발발한 중동 사태 영향이 본격 반영되기 전 수치다. 지금의 경기 흐름은 '회복 확신'이라기보다 반도체와 생산이 버티는 가운데 내수 체력은 여전히 약한 국면이란 평가다.
김영익 내일희망경제연구소장 겸 한양대 미래인재교육원 겸임교수는 "연간 10억 배럴 정도 원유를 도입하는데 유가가 10달러만 올라도 1년에 100억 달러를 원유 수입에 더 지불해야 한다"며 "수입은 상대적으로 증가하고 수출은 상대적으로 감소하면서 경제성장률이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구조적으로 저성장 국면에 들어서고 있는데 장기 사이클상 작년 1분기를 저점으로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이번 사태로 그 회복이 꺾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 깊어지는 한은의 딜레마
이 지점에서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진다. 물가가 다시 오르면 기준금리를 내리기 어렵다. 반대로 고유가 충격이 소비와 성장 회복을 짓누르면 금리를 올리기도 쉽지 않다. 이번 3월 물가는 2월보다 상승했고, 석유류 가격 급등이 확인된 만큼 한은으로서는 물가 안정 경로를 쉽게 낙관하기 어려워졌다.
다만 한은은 4월 이후 소비자물가가 국제유가의 큰 폭 상승 영향으로 오름폭이 확대되겠지만, 식료품 가격이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고 석유류 최고가격제 등 정부의 물가안정대책도 비용 측 물가 상방 압력을 완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결국 유가 충격이 본격화하는 가운데서도 농축수산물과 정부 대책이 일정 부분 완충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허 교수는 "지금 당장은 금리를 올릴 국면은 아니지만, 지금은 인플레이션이 2%대 초반이고 앞으로 올라갈 게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전쟁 이전에도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2% 가운데 IT 수출을 제외하면 1.4% 정도로 봤고, 내수만으로 보면 잠재보다도 덜 성장하는 한 해였는데 여기에 전쟁이 얹어지면서 성장률에는 하방 압력, 물가에는 상방 압력이 더해졌다"며 "생각보다 올해 경제가 체감상 더 어려운 한 해가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아직 한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했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다만 3월 물가가 다시 2.2%로 올라서고, 석유류 가격 급등과 고환율 부담이 확인된 가운데 내수는 여전히 약한 흐름을 보인다는 점에서, 중동발 공급 충격이 한은의 금리인하 기대를 늦추고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는 변수로 떠오른 것은 분명하다.
한은 역시 "향후 물가 경로에서 중동 상황 전개와 유가 흐름의 불확실성이 높다고 보고 경계심을 갖고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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