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1500원 안팎 출렁…코스피, 2008년 이후 최악 월간 낙폭
국채금리 급등엔 5조 바이백·WGBI 대응…가계·기업 금융비용 부담
중동 전쟁이 우리나라의 환율·금리·증시 등 금융시장을 한꺼번에 흔들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500원 안팎에서 출렁이고, 주식시장은 외국인 대규모 매도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월간 낙폭을 기록했다. 채권시장도 최근 금리 급등 뒤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정부와 금융당국은 유동성 방어와 시장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3일 기준 1505.2원, 코스피는 2일 기준 5234.05를 기록했다. 같은 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3.448%, AA- 3년물 회사채 금리는 4.093%로 집계됐다. 숫자만 놓고 봐도 환율·주식·채권이 동시에 긴장 상태에 들어간 셈이다.
◆ 외국인 매도에 주식시장 직격탄
주식과 환율이 가장 먼저 흔들렸다. 3월 말 코스피는 월간 기준 약 19% 밀려 2008년 이후 최악의 낙폭을 기록했고, 2월 말 고점 대비로는 19.9% 하락했다. 외국인은 3월 한 달 동안 코스피 주식을 35조900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원화 가치는 한때 달러당 1500원을 웃돌며 2009년 금융위기 직후와 외환위기 이후에나 보였던 수준까지 약세를 보였다. 3일에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 기대에 하루 새 14.5원 반등했지만, 종가가 1505.2원에 머문 점은 시장의 긴장이 여전하다는 뜻이다.
김영익 내일희망경제연구소장 겸 한양대 미래인재교육원 겸임교수는 "금융시장 측면에서는 주가가 거품 영역에 있었던 것 같다"며 "이제 조정 국면에 들어섰고, 최근 소비 심리와 기업 심리가 많이 위축되고 있어 실제 소비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높아졌던 기대가 중동 변수와 만나며 시장 조정 폭을 키웠다는 의미다.
◆ 채권은 급등 뒤 방어막
채권시장도 안전지대는 아니었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동 긴장이 재차 고조된 3월 23일 한국의 기준물 국채금리는 2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뛰었고, 같은 날 원화는 17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밀렸다.
다만 주식·환율과 달리 채권에는 정책 대응이 곧바로 붙었다. 정부는 최근 변동성이 커진 국채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2조5000억원씩 두 차례, 총 5조원 규모의 긴급 바이백을 실시했다.
여기에 4월 1일부터 한국 국채의 세계국채지수(WGBI) 단계 편입이 시작되면서 외국인 자금 유입도 방어막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는 WGBI 모니터링 및 투자촉진 태스크포스를 출범시켜 외국인 자금 흐름을 상시 점검하기 시작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주 들어 사흘간 4조4000억원이 넘는 외국인 자금이 국채시장으로 유입됐다고 밝혔다. 환율과 주식이 직접 충격을 맞는 동안 채권은 정책 대응과 지수 편입 효과로 일부 완충 장치를 확보한 셈이다.
◆ 국내 가계·기업 비용 부담 장기화
문제는 대외 여건도 한국 시장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의 3월 비농업 일자리는 17만8000명 늘어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고, 실업률도 4.3%로 낮아졌다.
시장은 이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인하 기대를 더 약하게 만드는 신호로 보고 있다. 중동 전쟁에 따른 유가 불안까지 겹치면서 달러 강세와 글로벌 금리 상방 압력이 함께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한국 입장에선 원화 약세와 조달금리 부담이 동시에 길어질 수 있다.
기업이 체감하는 비용 부담도 이미 커지고 있다. 3월 한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2.6으로 4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투입가격 상승률도 유가 급등과 원화 약세 영향으로 2022년 6월 이후 가장 가팔랐다. 기업은 수입 원가와 환헤지 비용, 회사채 조달금리 상승을 함께 감내해야 하고, 가계는 대출금리 부담이 길어지는 가운데 생활비 압박까지 버텨야 하는 구조다.
결국 중동 리스크는 유가를 넘어 한국 금융시장의 가격 변수들을 동시에 흔들고 있다. 환율과 주식이 먼저 충격을 받고, 채권도 금리 급등 압력 속에 정책 대응으로 버티는 사이, 가계와 기업은 더 높은 금융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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