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상용화 30년을 계기로 통신 인프라 중심 사업자에서 'AI 인프라 기업'으로의 전환을 공식화하며,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연결하는 'AI 고속도로' 구축에 속도를 낸다.
SKT가 8일 서울 을지로 삼화타워에서 CDMA 상용화로 촉발된 국내 통신산업의 역사를 되짚는 설명회를 열었다. 이번 행사는 대한민국이 아날로그 통신의 변방에서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으로 거듭나게 된 지난 30년의 여정을 반추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 'AI 고속도로'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자리였다.
대한민국 통신 역사의 거대한 물줄기가 바뀐 결정적 순간은 1996년 1월 3일 오전 9시 1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남인천영업소에서 개통된 세계 1호 CDMA 가입자의 탄생은 단순한 서비스 개시를 넘어, 아날로그 방식에 머물러 있던 이동통신이 디지털로 전환되는 역사적인 신호탄이었다.
코드분할 다중접속(CDMA)은 하나의 주파수 대역을 고유 코드로 구분해 여러 사용자가 간섭 없이 동시에 통화할 수 있게 하는 2세대 이동통신(2G) 핵심 기술이다. 1990년대 초반, 전 국민의 통화량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기존 아날로그 방식은 용량 부족과 통화 품질 저하라는 기술적 한계에 부딪혔다. 당시 글로벌 시장은 이미 시분할 다중접속(TDMA) 방식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었으나, 우리 정부와 통신업계는 기술 자립 가능성과 수용 용량이 훨씬 큰 CDMA라는 '가보지 않은 길'을 선택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한국이 세계 이동통신 시장의 주도권을 잡는 '신의 한 수'가 되었다.
이 역사적인 성과는 유례없는 민관 공동 개발 프로젝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국이동통신을 필두로 전자통신연구원(ETRI),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머리를 맞대고 사투를 벌인 끝에 1996년 세계 최초 상용화라는 쾌거를 거두었다. 특히 1994년 선경그룹(현 SK그룹)이 한국이동통신을 시가의 4배에 달하는 파격적인 가격에 인수하며 탄생한 SK텔레콤은 공격적인 인프라 투자로 상용화 시기를 대폭 앞당겼다. 삼성전자가 첫 CDMA폰인 'SCH-100'을 출시하고 SK텔레콤이 전국망을 빠르게 구축하면서, 대한민국은 이동통신이 전 국민의 보편적 인프라로 자리 잡는 시대를 열게 되었다.
CDMA 상용화가 불러온 경제적 파급효과는 실로 압도적이었다. 정보통신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부가가치 비중은 1996년 2.2%에서 2025년 13.1%로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수출 지형 역시 완전히 재편되었다. 반도체와 단말기를 포함한 IT 산업 수출액은 1996년 412억 달러에서 지난해 2643억 달러로 약 6.4배 증가하며 국가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축으로 부상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의 CDMA 상용화는 2024년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로부터 트랜지스터 발명이나 인터넷 탄생에 비견되는 기술적 성과인 'IEEE 마일스톤'으로 등재되는 영예를 안았다. 이는 글로벌 ICT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릴 만큼 그 가치가 높다.
이후 국내 통신 산업은 약 10년을 주기로 진화하며 매 세대마다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확장해 왔다. 3G 시대에는 모바일 인터넷과 멀티미디어 콘텐츠 산업이 꽃을 피웠고, 4G LTE는 스마트폰 대중화와 결합해 배달 앱, 모바일 결제, OTT 등 플랫폼 경제의 폭발적인 성장을 견인했다. 2019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된 5G는 산업 현장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는 핵심 인프라로 기능하고 있다. 이처럼 통신 기술의 발전은 단순한 통신 속도의 향상을 넘어, 전 산업 분야의 선순환적 확산을 이끌어내는 국가적 엔진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
이제 SK텔레콤은 지난 30년의 성공 DNA를 바탕으로 'AI 컴퍼니'로의 전환이라는 새로운 도전의 무대에 섰다. 과거 CDMA라는 과감한 선택이 전국을 연결하는 '통신 고속도로'를 열었듯이, 이제는 데이터와 AI를 실어 나르는 'AI 고속도로'를 구축해 국가적 경쟁력을 다시 한번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이종훈 SKT 네트워크전략담당(부사장)은 "AI 시대에는 네트워크가 단순한 데이터 전달 수단을 넘어, 데이터를 직접 학습하고 처리하는 지능형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다"며 "이는 제조, 물류, 의료, 금융 등 전 산업의 생산성과 혁신 속도를 결정짓는 필수 기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SK텔레콤은 엔비디아, 앤트로픽 등 글로벌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공고히 하는 한편, 인프라 자체가 AI 워크로드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AI 네이티브' 환경을 구축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내찬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설명회에서 "세계 최초 CDMA 상용화가 대한민국 ICT 도약의 위대한 출발점이 되었듯, 현재의 AI 인프라 구축은 향후 30년 대한민국의 글로벌 경쟁력을 좌우할 새로운 역사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30년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디지털 전환의 기적은 이제 인공지능이라는 거대한 물결과 만나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그려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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