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군 강구면 금진리가 '머무는 관광지'로의 전환을 본격화했다. 단순히 스쳐 지나가던 해안도로를 감성형 체류 공간으로 재구성하는 「예쁜 바다길 조성 사업」이 영덕군 주민참여예산을 통해 추진되면서, 작은 어촌마을이 관광 콘텐츠의 주체로 나서는 변화의 실험이 시작됐다.
이번 사업은 2025년 주민참여예산 편성을 통해 확정됐으며, 총 5천만 원 규모로 2026년 4월 한 달간 집중적으로 진행됐다. 대상지는 강구항과 해맞이공원을 잇는 금진1리 해안도로 구간으로, 지방도 12호선 옹벽과 방파제 일대 약 600m에 이른다.
금진리 해안도로는 강구항과 해맞이공원 사이에 위치한 주요 경유지다. 그동안 수많은 관광객이 오갔지만, 대부분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 '통과형 공간'에 머물렀다.
이번 사업은 공간의 성격 자체를 바꾸는 데 초점을 뒀다. 옹벽을 단순한 구조물이 아닌 '스토리텔링 캔버스'로 재해석하고, 방파제를 감성형 색채 공간으로 탈바꿈시켜 사진과 기억이 머무는 장소로 재구성했다.
특히 구간별로 영덕의 정체성을 담은 벽화가 조성됐다. 지역의 바다, 어업 문화, 역사와 풍경을 담아내는 콘텐츠형 벽화는 전문가와 벽화봉사단이 협업해 완성도를 높였다. 여기에 바다를 배경으로 한 포토존과 마을 안내 표지판이 더해지며, 방문객의 체류 동선을 자연스럽게 확장시키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번 사업의 배경에는 지역 민간의 끈질긴 문제의식과 실천이 자리하고 있다. 금진1리 해안경관 개선과 관광자원화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 온 남일진 대표의 역할이 그 중심에 있다.
그는 단순한 제안에 머무르지 않았다. 마을 해안도로의 잠재력을 관광 콘텐츠로 전환해야 한다는 비전을 바탕으로 주민들과의 협의를 이끌어냈고, 실제로 옹벽 기초 도색 작업에 주민 참여를 조직하며 실행력을 입증했다. 지역 카페를 운영하며 관광객 흐름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관찰해 온 그는, '머물 이유가 없는 길'이 지역경제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특히 주민참여예산 사업으로 이어지기까지의 과정에서, 행정과 주민을 잇는 가교 역할을 수행하며 사업의 방향성과 필요성을 설득해낸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활동을 넘어, 지역 민간이 공공사업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마을이 스스로 공간을 기획하고, 손으로 색을 입히며, 이야기를 채워 넣는 과정 자체가 지역 재생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특히 포항~영덕 고속도로 개통이 예정되면서, 금진1리 해안도로의 접근성은 크게 향상될 전망이다. 차량 유입 증가와 함께 관광 흐름 역시 변화가 예상된다.
또한 인근 대구대학교 영덕연수원 방문객들의 산책 수요와 맞물려, 이번 바다길 조성 사업은 자연스럽게 체류형 관광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영덕군 금진리 '예쁜 바다길'은 거창한 개발이 아닌, 작은 공간의 재해석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그 파급력은 결코 작지 않다. 노후화된 해안 마을의 경관이 개선되면서 주민 삶의 질이 높아지고, 관광객 체류 시간이 늘어나며, 지역 경제에도 온기가 스며들게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억에 남는 공간'으로의 전환이다. 사진을 찍고, 머물고, 다시 찾고 싶은 장소가 되는 순간, 그 마을은 관광지가 된다. 금진리의 바다길은 행정과 주민, 그리고 한 사람의 집념이 만나 만들어낸 변화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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