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모르는 세대에게 평화는 때로 너무 익숙한 단어다. 그러나 전쟁을 직접 겪은 세대에게 평화는 하루하루 목숨을 걸고 지켜낸 현실의 이름이다.
신천지 자원봉사단 남산지부가 서울 용산구 소재 남산교회에서 개최한 '6·25 참전유공자 평화간담회'는 그 간극을 좁히는 자리였다. 행사명은 '6·25 참전유공자 평화간담회', 부제는 '세대를 넘어 전하는 평화의 이야기'였다.
이날 자리에는 신천지자원봉사단 회원 50여 명과 대한민국6·25참전유공자회 용산구지회 김원식 부회장, 김봉권 이사, 양성윤 감사가 참석했다. 행사는 축사와 공연, 봉사단 활동 영상 시청, 참전용사 발언, 질의응답, 청년 답가, 감사 선물 전달 순으로 이어졌다.
◆전쟁의 기억, 청년 앞에 서다
간담회 시작에 앞서 임현지 남산지부장은 이번 자리를 마련한 이유를 '평화의 기억'에서 찾았다. 그는 "젊은 청년들은 전쟁에 대한 것을 잘 모른다"며 "우리나라는 아직 전쟁이 끝난 나라가 아니기에 전쟁과 평화에 대해 더 간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 지부장은 "평화를 외치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가장 앞장서 나라를 지켜주신 유공자들을 모셨다"며 "오늘 이 시간이 평화의 중요성과 가치를 새기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날 참전유공자들의 발언은 교과서 속 문장이 아니라, 살아 있는 증언이었다. 김봉권 이사는 "6·25는 1950년 6월 25일 새벽 4시에 시작됐다"며 당시 상황을 "참담하고 무섭고 말하기도 어려운 시간"으로 정의했다.
그는 "전우들이 옆에서 쓰러지는 것을 보며 하루하루를 견뎠다"며 "6·25 참전유공자가 있었기에 현재의 평화가 있고 여러분이 있으며 국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들에게 "전쟁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국력을 키우고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참전세대가 전한 현실
양성윤 감사는 자신의 나이를 97세라고 소개하며 20대 시절 최전방에서 전투에 임했던 기억을 전했다. 그는 "철모를 쓰고 군장을 멘 채 적과 싸웠고, 생명의 위험을 느끼는 것조차 겁내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전쟁의 비참함을 설명하며 "겪어본 사람, 실제 당해본 사람이 아니면 말로는 모른다"고 말했다. 굴 속에서 생활하고, 주먹밥으로 끼니를 버티며, 전우의 죽음을 곁에서 보아야 했던 시간들이 그의 말 속에 담겼다.
이어 "여러분은 행복한 시대에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짧은 당부였지만, 그 말에는 70년 넘는 세월을 지나온 참전세대의 무게가 실려 있었다.
김원식 부회장은 유쾌한 농담으로 분위기를 풀면서도, 전쟁의 상처와 피란의 기억을 담담히 전했다. 그는 남한에서 피란을 나와 군 생활을 했던 경험, 최전방에서 기관단총 사수로 복무했던 일, 휴전 직전 부상을 당해 후송됐던 일을 들려줬다.
특히 그는 "3개월 20일 동안 주먹밥 한 그릇 제대로 먹지 못하고 군 생활을 했다"고 회상했다. 포탄이 떨어지면 운반하던 주먹밥이 흙과 낙엽에 뒤섞였고, 그것마저 나눠 먹어야 했던 기억은 참석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줬다.
그럼에도 그는 "그 바람에 지금 젊은 분들이 잘 살게 된 것 같아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통의 시간을 원망으로만 남기지 않고, 다음 세대의 삶을 지켜낸 의미로 받아들이는 말이었다.
◆청년의 질문, 유공자의 답
행사 후반에는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한 청년은 "오랜 기간 휴전 상태가 이어지다 보니 통일이 왜 필요한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이에 유공자들은 통일이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한반도의 아픔과 미래가 함께 걸린 문제라고 답했다.
양 감사는 "통일만 되면 얼마나 좋겠느냐"며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걸려있어 쉽게 되리라 생각하긴 어렵지만, 여러분도 같은 마음으로 통일을 기원해 달라"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북한에 가지 못하는 현실과 피란의 기억을 언급하며 "오늘 이 자리에 앉은 여러분이 통일을 이뤄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통일이 되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도 나왔다. 김 이사는 "대한민국 육지를 통해 백두산에 한번 가보고 싶다"고 답했다. 짧은 한마디였지만, 분단을 직접 겪은 세대가 품은 오랜 바람이 담긴 대답이었다.
애국심에 대한 질문에는 더 간결한 답이 돌아왔다. 양 감사는 "애국심은 글자 그대로 나라를 사랑하는 것"이라며 "각자 맡은 바 임무를 잘 완수하고 수행하는 것이 애국자"라고 말했다.
거창한 말보다 자신의 자리에서 책임을 다하는 것이 나라 사랑이라는 설명이었다. 청년들은 참전세대의 말을 들으며, 평화와 애국이 먼 이야기가 아니라 일상 속 태도와 연결돼 있음을 확인했다.
◆감사의 노래로 이어진 평화의 약속
간담회는 청년들의 답가로 마무리됐다. 참석자들은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함께 불렀다. 이어 감사 선물을 전달하며 참전유공자들에게 존경의 뜻을 전했다.
행사 후 참전유공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한 유공자는 "오늘 행사가 다녀본 행사 중 가장 좋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다들 말로만 평화를 이야기하지만, 신천지 자원봉사단은 그것을 정말 실천으로 옮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 "유공자 세 사람만을 위해 이렇게 행사를 열고 자리를 만들어줘 감사하다", "초상화도 정성껏 그려줘 고맙다"는 말도 이어졌다. 청년들을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힌 유공자도 있었다. 그는 "참여해 준 청년들이 너무 좋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번 평화간담회는 보훈을 기념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전쟁을 겪은 세대가 자신의 기억을 전하고, 전쟁을 모르는 세대가 그 기억을 받아 평화 실천을 다짐한 자리였다.
최성선 남산지부 부지부장은 "평화는 말로만 외치는 것이 아니라 기억하고, 감사하고, 실천할 때 이어질 수 있다"며 "앞으로도 참전유공자 예우와 세대 공감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 안에서 평화의 가치를 넓혀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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