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개헌' 처리가 최종 무산됐다. 우원식 의장은 눈물까지 보이며 개헌을 저지한 야당을 비난했지만, 냉정하게 말해 이번 사태는 여권의 일방통행이 불러온 당연한 결과였다. 대한민국 헌법은 국가의 근간이자 국민 삶을 규정하는 최고 규범이다. 때문에 헌법을 고치는 일은 국민 대다수가 수긍할 수 있도록, 국민적 합의에 시간과 정성이 필요한 중차대한 작업이다.
하지만 이번 개헌안의 발의 과정을 보면, 시작부터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범여권 원내 6개 정당(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개혁신당·사회민주당·기본소득당)이 제1야당인 국민의힘을 완전히 배제한 채 밀어붙였다.
우리 헌법이 개헌 의결 정족수를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으로 엄격히 규정한 이유는 명확하다. 헌법을 개정할 때는 반드시 여야의 폭넓은 합의와 국민적 공감대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여권은 개헌특위조차 구성하지 않은 채 '개헌 반대는 내란 옹호'라는 극단적인 이분법적 프레임으로 야당을 압박했다. 이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인 '대화와 타협'조차 무시한 다수의 횡포다.
개헌의 주요 내용에는 '대통령 계엄권 통제 강화', '5·18 민주화운동, 부마민주항쟁 정신 헌법 전문 명시' 등이 있었다. 하지만 대통령 계엄권을 통제하려 바꾸는 몇 줄의 헌법 조항 때문에, 북한 도발이나 국가 비상사태 같은 긴박한 상황에서 국회가 제때 결정을 내리지 못하게 되면 국가 대응에 치명적 공백이 발생할 수도 있다.
민주화 과정을 헌법 전문에 싣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5·18 민주화운동에 관하여 보수 진영에서는 여전히 당시 상황에 대한 정확한 조사를 요구하며, 유공자 관련 특혜 논란까지 제기하고 있다.
개정안에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 6·25전쟁과 UN군의 참전, 중공군의 개입 등 공산주의 세력에 맞서 지켜낸 '자유의 역사'를 넣자거나, 또는 '싸우면서 건설하자'는 구호로 눈부신 산업화를 만들어 낸 역사는 왜 포함하지 않느냐는 국민의 반문에 이번 개헌이 어떤 답을 줄 수 있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졸속 개헌의 비판은 1년 전 민주당 내부에서도 제기된 적이 있다. 2025년 4월 7일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모 언론에 '뜬금없는 개헌론, 단호하게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개헌 논의가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고, 정치권이 제 맘대로 개헌안을 만드는 방식"이라며 단호히 반대했다.
더욱이 여권은 '개헌'을 주장하기 전에 스스로가 헌법정신을 잘 지키고 있는지부터 자문해야 한다. 피의자가 특검을 임명하고 공소 취소 권한까지 주는 '조작 기소 특검법'이나 사법권의 독립을 흔드는 '사법 3법' 강행 처리야말로 명백한 위헌적 행태 아닌가. 현행 헌법도 무시하면서 헌법을 고치겠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개헌에 대한 논의는 필요하다. 하지만 충분한 시간을 들여 사회적 논의를 거치고, 국민이 동의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지방선거라는 정치적 이벤트에 태워 졸속으로 처리할 것이 아니었다. 우원식 의장 역시, 본인 임기 안에 졸속으로 헌법을 고쳐 성과 내기에 급급했던 건 아닌지 눈물을 거두고 스스로 돌아보길 바란다.
여야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진정한 합의를 통해 국민을 위한 개헌을 잘 준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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