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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이정희 大記者의 西村브리핑] N% 성과급과 그 후유증은?

이정희 대기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파격적인 성과급 지급 이후 산업계에선 노조의 이익 배분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반도체발 '이익의 N% 성과급' 확산 우려가 현실이 돼 가고 있는 것이다. 카카오의 5개 법인 노조는 오는 10일 부분 파업을 예고했다. 성과급 등이 쟁점인데 노조는 영업이익의 13~14%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또 현대차 노조는 순이익의 30%, 기아·HD현대중공업·LG유플러스는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각각 배분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업황 악화로 구조조정이 논의 중인 산업에서까지 각종 이익 배분 요구가 나오는 등 상황은 점입가경이다. 삼성전자 처럼 파업을 무기로 한 노조의 압박에 차례차례 'N% 성과급'을 받아들일 경우 이런 방식의 성과급이 전 산업에서 표준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급기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최근 회원사들에 권고문을 보내 경영 실적에 따라 지급 여부와 규모가 달라지는 성과급은 근로의 대가인 임금이 아니고, 노동법상 단체교섭 대상도 아닌 만큼 이를 이유로 파업을 벌이는 것은 위법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지적에도 아랑곳없이 성과급은 올해 노사 간 가장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성과급 논쟁은 우리나라 기업에 낯선 질문을 던진다. 이익이 났을 때 얼마나 나눌 것인가. 회사 안에만 배분할 것인가 아니면 주주, 협력사, 지역 사회에도 성과급 잔치를 벌일 것인가. 그리고 손실이 났을 때 고통은 어떻게 나눌 것인가. 그 기준은 누가, 언제, 얼마나 투명하게 정할 것인가. 삼성전자 처럼 사업부가 넓고 이해관계자가 많은 기업은 초과 성과를 보상하면서도 적자 사업부의 소외감은 어떻게 줄일지 등등.

 

N% 성과급 요구가 나온 상황이니 만큼 이참에 정부와 경영계, 노동계가 성과급에 대한 가이드 라인을 만들 필요가 있다. 우선 성과급 지급과 관련 영업이익 몇 퍼센트를 재원으로 삼을지, 사업부와 개인 성과를 어떤 비율로 반영할지, 적자 사업부는 어떻게 처리할지를 사전에 명확하게 규정해야 마찰을 피할 수 있다. 보상 방식도 현금 일변도가 아니라 자사주, 이연 지급, 장기성과연동 보상 등 여러 지급 방법을 제시해 단기 호황의 과도한 현금 유출을 막아야 한다. 또 초과 성과는 특정 사업부만의 승리가 아니라 연구개발, 생산, 품질, 영업, 지원조직, 협력사 등 생태계가 함께 만든 결과이니 성과를 만든 부문에 더 보상하되, 조직 전체가 납득할 안전판을 함께 둬야 할 필요가 있다.

 

인구 900만 명, 면적은 남한의 절반도 안되는 스위스에는 국민 10만 명이 청원하면 전 국민투표를 강행하는 특이한 법이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유급 휴가 연장' 안건이 국민 투표에 부쳐졌다. 법정 휴가를 4주에서 6주로 늘리자는 법안이었다. 아마 한국이었으면 쉽게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안건이었다. 하지만 스위스는 66% 반대, 부결이었다. "휴가를 늘리면 인건비가 오르고 기업 경쟁력이 떨어지면 결국 내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이유였다. 스위스에서는 올해 청년 사회주의자들이 주도한 '초부유층 상속세 50% 부과' 안건이 올라왔다. 결과는 78% 반대로 부결됐다. 스위스 국민들은 "부자를 털면 그 돈이 우리에게 오는 게 아니라,자본과 기업이 세금 싼 나라로 탈출해서 스위스 경제가 망가진다"는 경제학 원론을 꿰뚫고 있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지 않겠다는 집단 지성이었다. 우리나라의 잘나가는 기업의 노조도 스위스 국민들 같은 '공짜 치즈는 쥐 덫에만 있다'는 사실을 각인할 시기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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