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CPI 3.1%·석유류 24.2% 급등…근원물가도 2.5%
국고채 10년물 4%대 유지…시장,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반영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로 올라서면서 채권시장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기준금리는 연 2.50%에 묶여 있지만 물가와 환율, 가계부채, 주택가격 부담이 겹치면서 시장금리는 한은의 인상 가능성을 먼저 반영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7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9.92로 전월 대비 0.5%,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했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4월 2.6%보다 0.5%포인트(p) 높아졌다.
물가 상승을 이끈 것은 석유류다. 5월 석유류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4.2% 급등했다. 국제유가 상승과 환율 부담이 국내 물가로 전이되면서 에너지 가격을 중심으로 물가 오름세가 다시 확대된 셈이다.
근원물가도 한은의 부담을 키웠다.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전월 대비 0.5%, 전년 동월 대비 2.5% 상승했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도 같은 폭으로 올랐다. 물가 압력이 일시적인 석유류 가격 상승에만 그치지 않고 기조적 물가 흐름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지 확인해야 하는 국면이다.
채권시장도 물가와 한은의 매파적(금리인상 등 통화 긴축정책 선호) 메시지에 민감하게 움직였다.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1일 전 거래일보다 5.9bp(1bp=0.01%포인트) 오른 연 3.790%에 마감했다. 10년물 금리는 10.6bp 상승한 연 4.174%, 30년물은 12.7bp 오른 연 4.133%를 기록했다.
다음 날인 2일에는 단기 급등 이후 일부 되돌림이 나타났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1.7bp 내린 연 3.773%에 마쳤고, 10년물은 3.9bp 하락한 연 4.135%로 장을 마감했다. 다만 10년물 금리는 여전히 4%대를 유지했다.
하루 만에 일부 되돌림이 나타난 만큼 금리 상승세가 일방적으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물가와 한은의 매파적 메시지에 채권시장의 민감도가 커졌다는 점은 분명해졌다.
시장금리가 흔들리는 배경에는 한은의 정책 기조 변화가 있다. 한은은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지만, 통화정책방향문에 향후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결정하겠다고 명시했다. 장용성 위원과 유상대 위원은 기준금리를 2.75%로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금통위원들의 6개월 후 조건부 금리전망도 상방으로 이동했다. 지난 2월 전망에서는 21개 점 가운데 2.50%에 16개, 2.25%에 4개, 2.75%에 1개가 찍혔다. 반면 5월 전망에서는 3.00%에 10개, 2.75%에 7개, 3.25%에 2개, 2.50%에 2개가 분포했다. 금리 전망의 중심이 현 수준 또는 인하 가능성에서 인상 경로로 옮겨간 것이다.
이번 물가 지표 역시 한은의 경계감을 더 키우는 요인이다. 한은은 이미 5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2.7%로 올렸다. 근원물가 전망치도 2.1%에서 2.4%로 상향했다. 국제유가 상승이 석유류 가격을 넘어 공업제품과 서비스 가격으로 파급되고, 기대인플레이션과 임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채권금리 상승은 기준금리 인상 전에도 금융 여건을 조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 국고채 금리가 오르면 회사채와 은행채, 대출금리에도 상승 압력이 생긴다. 이는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과 가계의 이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물가와 시장금리는 한은의 인상 시계를 동시에 압박하고 있다. 기준금리는 아직 2.50%에 머물러 있지만, 물가가 3%대로 올라서고 채권시장이 먼저 반응한 만큼 시장의 관심은 '인하 시점'보다 '인상 가능성을 얼마나 반영해야 하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적절한 시기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금리 인상 문제에 대해 "언제 올리느냐, 얼마나 빨리 올리느냐, 어디까지 올리느냐"를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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