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 넘게 식당을 운영해 온 자영업자 정모(54)씨는 최근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했다. 코로나19 시기 영업제한으로 매출이 급감하자 정책자금과 은행 대출로 버텼지만 매출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임대료와 인건비, 식자재 가격은 꾸준히 올랐고,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추가 대출까지 받으면서 빚은 수억원대로 불어났다. 결국 가게 문을 닫았지만 채무는 고스란히 남았다. 정씨는 "처음에는 몇 개월만 버티면 나아질 줄 알았지만 빚으로 막는 상황이 반복됐다"며 "장사를 접고도 대출 이자를 감당할 수 없어 개인회생을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취약계층의 금융 안전망 역할을 해온 정책서민금융 이용자들마저 채무조정과 개인회생 절차를 찾고 있다. 겉으로는 금융권 연체율이 안정적으로 관리되는 것 처럼 보이지만 실제 취약차주들의 상환 능력은 한계 상황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권 안팎에선 "연체율보다 더 위험한 것은 잠재부실"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7일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 4월 개인회생 신청 건수는 5만5068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4만8513건)보다 13.5%(6555건) 증가한 수치다. 개인회생 신청은 ▲2024년 4월 4만4426건에서 ▲2025년 4월 4만8513건, ▲올해 4월 5만5068건으로 매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개인회생은 일정한 소득이 있는 채무자가 법원의 인가를 받아 채무 일부를 감면받고, 장기간 분할 상환하는 제도다.
개인회생 신청이 늘어난 것은 취약차주의 상환능력이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부진 속에 생활비와 사업자금 마련을 위해 추가 대출을 받은 차주들이 늘었고, 원리금 상환 부담이 누적되면서 회생 절차를 선택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자영업자의 경영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경기도일자리재단의 'GJF 고용이슈리포트 2026-01호'에 따르면 최근 자영업 위기는 소비 부진과 온라인 중심 소비 확산, 금리 및 인건비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됐다.
민간소비 성장률은 2023년 1분기부터 2025년 2분기까지 평균 0.9%에 그치며 내수 부진이 장기화됐다. 코로나19 이후 소비 회복 기대가 있었지만 고물가와 실질소득 감소가 소비를 제약하면서 내수 부진이 장기화된 것이다. 음식점과 주점, 노래방 등 생활밀착형 업종은 소비 위축의 직격탄을 맞았다. 온라인 쇼핑 확산 역시 오프라인 상권에 부담을 주고 있다. 소비자들이 배달과 온라인 구매를 선호하면서 전통적인 골목상권과 소규모 자영업자의 매출 기반은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금융 부담도 커졌다.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2020년 1분기 701조원에서 2025년 3분기 1072조원으로 370조원 이상 급증했다. 연체율도 상승세다. 같은 기간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0.5%에서 1.8%로 상승했다. 코로나19 시기 늘어난 차입금이 고금리 국면과 맞물리면서 상환 부담이 한계 수준까지 높아진 것이다.
폐업도 늘고 있다. 국세청 국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 신고 사업자는 100만8282명으로 사상 처음 100만명을 넘어섰다. 내수 부진과 비용 증가, 소비 위축이 맞물리면서 더 이상 사업을 유지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었다.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영업을 포기하는 자영업자가 속출하고 있다.
소득원이 사라진 가운데 채무만 남으면서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이나 법원 개인회생을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연체율 자체는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보이지만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상환 여력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며 "그동안 만기연장이나 대환대출로 버텨온 차주들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개인회생과 채무조정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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