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3배 뛰었는데…상장사 64%는 PBR 1배 미만
반도체·방산·조선·원전 등 주도 '1차 리레이팅' 효과
코스피가 사상 최초로 8000선을 넘어서는 등 강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국내 증시의 저평가 해소는 아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수 상승만으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기업들이 자본 효율성을 높이고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해 기업가치 제고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10일 발표한 '디스카운트에서 프리미엄으로: 한국 저PBR 기업의 가치 제고를 위한 제언' 보고서를 통해 국내 상장사들의 총주주수익률(TSR)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코스피는 2024년 말 2400선에서 2025년 말 4200선, 올해 5월에는 8000선을 돌파하며 약 1년 반 만에 3배 이상 상승했다. BCG는 이를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과 반도체·방산·조선·원전 등 주도 업종의 실적 개선 및 밸류에이션 확대 영향으로 분석했다.
다만 현재 주가 수준만으로 국내 증시의 구조적 저평가가 해소됐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코스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지난해 말 기준 1.4배, 올해 말 예상치 기준 1.9배로 미국(4.9배), 대만(4.0배), 인도(2.8배)보다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특히 반도체·방산·조선·원전 등 주요 업종을 제외할 경우 올해 예상 PBR은 1.0배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PBR 1배 미만 기업도 여전히 상당수다. 코스피 상장사 가운데 PBR 1배 미만 기업은 2024년 553개에서 지난해 말 541개로 소폭 감소하는 데 그쳤다. 전체 상장사의 64%가 순자산가치에도 미치지 못하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의미다.
BCG는 "정부의 제도적 전환과 4대 섹터의 이익 개선이 1차 리레이팅(재평가)을 이끌었다면 이제는 나머지 기업들이 자본 효율성 제고와 주주 가치 제고로 실질적인 행동에 나서 2차 리레이팅을 이끌 차례"라고 분석했다.
특히 개인 투자자 비중 확대와 행동주의 투자 확산으로 기업들의 TSR 관리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주가 부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경영권 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BCG는 TSR 제고의 핵심 요소로 자본 효율성을 꼽았다. 같은 이익을 창출하더라도 투입 자본을 줄이는 것이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대표 사례로는 일본을 제시했다. 지난 10여 년간 한국 기업의 연평균 순이익 성장률은 4.9%를 기록했지만 자기자본이익률(ROE)은 7.3%에서 7.7%로 0.4%포인트 개선되는 데 그쳤다. 반면 일본은 순이익 성장률이 4.7%로 비슷했음에도 ROE가 8.7%에서 10.8%로 2.1%포인트 상승했다.
BCG는 "비핵심 사업의 정리, 자사주 매입과 소각, 배당 확대 등을 통해 같은 이익을 보다 적은 자본으로 창출하는 구조로 전환한 결과"라고 봤다. 닛케이225지수가 2013년 말 1만5000선에서 올해 5월 6만2000선까지 4배 이상 상승했다는 부연이다.
이에 따라 저평가 원인을 분석하고 수익성이 낮거나 전략적 중요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정리하는 한편 유휴 현금과 비핵심 자산 활용, 예측 가능한 주주환원 정책 등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BCG는 기업들에게 "전략의 지향점을 기업 가치 극대화로 재설정하고, 자본 배분·주주 환원·시장 소통 전반을 그 방향으로 정렬하며, 조직과 인센티브 체계까지 함께 바꿔나가는 기업들이 한국 자본 시장의 다음 챕터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를 향해서도 "일본 정부가 10년에 걸쳐 끈기 있게 제도를 고도화하며 기업이 주주 가치를 경영의 핵심으로 삼는 문화를 만들어낸 것처럼 한국 정부도 반도체·조선·방산 등 일부 섹터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시장 전반의 모든 상장사가 자본 효율성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지속해 드라이브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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