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GDP 1.8%·GNI 9.2% 증가…2025년 1인당 GNI 3만6963달러
반도체 수출가격이 지표 밀어올렸지만 고환율·물가·금리 부담은 여전
우리나라 경제의 거시 숫자와 국민 체감경기 사이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경제의 성장률과 국민소득 지표가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빠르게 개선되고 있지만 고환율과 3%대 물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겹쳐서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1.8%, 전년 동기 대비 3.8% 성장했다. 명목 GDP는 전기 대비 10.5%, 전년 동기 대비 17.1% 증가했다.
국민의 실질 구매력을 보여주는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더 크게 뛰었다. 1분기 실질 GNI는 전기 대비 9.2%, 전년 동기 대비 13.2% 증가했다. 명목 GNI도 전기 대비 11.0%, 전년 동기 대비 17.1% 늘었다.
GDP가 국내에서 생산된 부가가치 규모를 보여주는 지표라면, GNI는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의 구매력을 나타낸다. 1분기에는 생산 증가뿐 아니라 교역조건 개선 효과가 더해지면서 소득 지표가 성장률보다 더 크게 개선됐다.
◆ 반도체가 끌어올린 성장·소득
이번 지표 개선의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다. 1분기 성장률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와 설비투자 증가에 힘입어 속보치보다 0.1%포인트(p) 상향 조정됐다.
제조업은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를 중심으로 생산이 늘었다. 설비투자는 기계류와 운송장비를 중심으로 증가했다. 수출도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품목 호조에 힘입어 개선됐다.
국민소득 증가폭이 성장률보다 더 컸던 것도 반도체 영향이 작지 않았다.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고성능 반도체 수요 증가로 수출 가격이 오르면서 교역조건이 개선됐고, 이는 실질 구매력 증가로 이어졌다.
명목 성장률도 가팔랐다. 1분기 명목 GDP는 전년 동기 대비 17.1% 증가했고, GDP 디플레이터(명목금액에서 물가 변동 효과를 제거해 실질가치를 계산하기 위한 물가지수)는 12.9% 상승했다. 다만 이는 내수 물가가 급등했다기보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가격 상승 영향이 컸다. 1분기 내수 디플레이터는 2.1% 상승한 반면 수출 디플레이터는 23.5% 급등했다.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도 4만달러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2025년 1인당 GNI는 원화 기준 5257만원, 달러 기준 3만6963달러로 집계됐다. 달러 기준으로는 전년보다 0.3%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원화 기준으로는 4.6% 늘었다.
◆ 물가·환율·금리가 소득 개선 눌러
문제는 거시지표 개선이 곧바로 체감경기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가계 체감과 가까운 지표는 국민소득보다 더 무겁다. 가계 1인이 소비나 저축으로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소득을 뜻하는 1인당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은 지난해 2만515달러로 3년 연속 2만달러 초반대에 머물렀다. 원화 기준으로는 늘었지만, 달러 기준으로는 전년보다 소폭 줄었다.
명목지표 안에서도 온도 차가 있다. 1분기 피용자보수는 전년 동기 대비 6.9% 늘었지만, 총영업잉여는 29.9% 증가했다. 수출 가격 상승과 기업 수익성 개선이 명목 성장률을 먼저 끌어올린 반면, 가계 소득과 체감 구매력 개선으로 이어지는 데는 시차가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경제 여건도 녹록지 않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대로 올라섰고, 원·달러 환율은 한때 1560원선을 넘어서며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 환율 상승은 원유와 원자재 수입가격을 밀어 올리고, 이는 석유류와 공업제품, 서비스 가격으로 번질 수 있다.
금리 환경 역시 부담이다. 한은은 최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향후 적절한 시기에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신호를 내놨다. 성장률과 국민소득 지표가 개선되면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 명분은 약해지고, 반대로 물가와 환율 부담은 금리 인상 논리를 강화할 수 있다.
반도체가 성장률과 국민소득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고환율과 물가, 금리 부담이 남아 있는 한 체감경기 회복 속도는 거시지표가 보여주는 숫자보다 더딜 수밖에 없다.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진입 여부 만큼 중요한 것은 그 숫자가 가계의 실질 구매력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가 될 전망이다.
김화용 한은 국민소득부장은 "올해 중 1인당 GNI가 4만달러에 근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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