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외부 자금 조달 유형 중 만기 1년 미만의 단기차입금 의존도가 올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동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와 시장 금리 상승으로 자금 조달이 쉽지 않자 국내 기업들이 고금리의 급전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10일 메트로경제가 금융감독원에 '단기차입금증가결정' 공시를 낸 기업을 분석한 결과 올해 들어 이날까지 102개 기업이 단기차입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했다. 조사 대상 기업의 외부 자금 조달 규모는 19조1040억원(비상장 계열사 및 금융사 포함) 규모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6조335억원(70개) 보다 216.63% 늘어난 것이다. 기업수는 45.71% 증가했다. 기업수로는 지난해 전체 165개사의 62%에 달한다.
이 같은 단기화는 기업 자금 조달시장에서도 확인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월 회사채 발행실적은 22조2021억원으로 13.5%포인트 늘었으나, 이 중 일반회사채는 4조1740억원으로 6070억원(12.7%) 줄었다. 기업들은 회사채 대신 은행 대출로 자금조달 창구를 옮기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4월 은행의 기업대출은 33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23조6000억원) 대비 약 43% 증가했다. 4월 기업어음(CP) 및 단기사채 발행금액은 226조6038억원으로 전월 대비 26조1300억원(13.0%) 증가했다.
회사 신용도와 성장성을 바탕으로 대중에게 발행하는 회사채나 상환 기간이 1년 이상인 장기차입금에 비해 단기차입금은 많으면 많을수록 기업의 유동성 리스크가 커진다. 상대적으로 자금조달력이 약한 중견·중소기업들에 대한 자금 압박이 더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선 장기 저리 대출이 유리한데도 당장 자금 조달이 어려우니 단기로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럴 때 업황이 좋으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경기 악화가 겹치면서 부실 위험에 노출된 기업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은행이 내놓은 '2025년 기업경영분석 결과(속보)'를 보면 지난해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기업 비율이 전년 38.5%에서 지난해 39.9%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이자보상비율이 0% 미만으로 영업적자를 본 기업 비율도 전년 26.2%에서 지난해 28.2%로 확대됐다. 이자보상비율이 낮을수록 빚 상환 능력이 떨어진다는 의미이고, 100%가 안 되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3년 연속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은 '한계 기업'으로 분류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중소기업·창업가 금융조달 2026' 보고서에서 "운전자금과 함께 중소기업의 장기 투자를 촉진하고, 자산담보금융·지분투자 등 금융 수단 다양화와 책임 있는 디지털·인공지능(AI) 금융을 강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편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회사채(무보증 AA-, 3년) 금리는 이날 기준 연 4.499%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중 최고치인 3.599%보다 0.900%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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